이라크 수니파 청년의 희생 ''감동물결''

한 젊은이의 희생이 내전을 막을 수 있을까. 1000여명이 숨진 이라크 시아파 참사 과정에서 수니파 소년이 티그리스강에 빠진 순례객들을 구하다가 숨진 것으로 알려져 정치인들이 그를 ‘순교자’라 높이 평가하며 그의 죽음이 내전 직전까지 치달은 이라크 내 갈등을 치유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5일 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아다미야 수니파 구역에 살던 오트만 압둘 하페즈(19)는 참사가 벌어졌던 지난달 31일 한 지역 사원에서 방송한 “물에 빠진 시아파 순례객들을 구해달라”는 메시지를 듣고 티그리스강으로 달려갔다. 그는 도착 즉시 강으로 뛰어들어 물에서 허우적대고 있던 여성과 어린이 7명을 차례로 구조한 뒤 또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체력이 고갈돼 그대로 숨졌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라크 정계인사들은 3일 치러진 하페즈의 장례식에 참석해 그의 높은 뜻을 기렸다. 이브라힘 자파리 총리는 “순례 기간 중 수니파에 이어 많은 시아파 동포들이 ‘순교자’로 죽었다”면서 “그리고 그 순례자 중 한명은 남을 도우려다 자신을 희생시켰다”고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자파리 총리는 “이 희생은 이라크의 진정한 문제가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에 있지 않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나온 한 수니파 젊은이의 희생이 이라크 사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세계일보 / 송민섭 기자 2005-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