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속 꽃핀 情, 동포애 넘은 인류애

美동포, 폭풍피해 흑인종업원 찾아 격려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 현장에서도 인종의 벽을 허문 정(情)이 싹텄다.

뉴올리언스에서 미용재료상을 운영했던 동포 강홍조(64)씨는 자신도 점포 6개 중 5개를 `카트리나'에 잃고 간신히 몸만 건져 애틀랜타로 빠져나왔지만 3년 간 함께 일했던 흑인 여종업원의 생사가 걱정이 돼 루이지애나주 배틴루지로 달려갔다.

배틴루지는 카트리나를 피해 뉴올리언스를 빠져 나온 이재민들이 다수 거주하는 곳. 강씨는 8일(현지시간)부터 흑인들이 모여 있는 곳에 다니며 종업원 메리(26)씨를 찾았다.

11일 미주 한국일보에 따르면 강씨는 10일 부모와 동생, 사촌들과 함께 배틴루지 흑인 밀집지역 친구집에 머물고 있던 메리씨와 극적으로 상봉했다.

친구집이 협소해 가족들이 번갈아 차 안에서 지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던 메리씨는 강씨를 보고는 곧바로 깊은 포옹을 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강씨는 준비한 현금을 메리씨의 손에 꼭 쥐여주며 위로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메리씨는 "어디서 새로 비즈니스를 시작하던 꼭 찾아가 일하겠다"고 밝은 웃음을 지으며 화답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가족들도 `땡큐'라는 말을 연발하며 고마워했다.

애틀랜타로 피해있는 동안 흑인 피해자들을 위해 자원봉사 활동을 했던 강씨는 다시 애틀랜타로 가 봉사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강씨는 "이젠 동포애를 넘어 인류애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왕길환 기자 2005-9-11)

그들은 언제나 조국을 도왔다

미남부 교민들, 과거 한국 태풍때 성금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화로 고통받고 있는 미국 루이지애나주(州) 뉴올리언스시(市) 한국 동포들은 과거 모국(母國)인 한국이 태풍 피해를 입었을 때 여러 차례 성금을 모금해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피해지역을 관할하는 텍사스주 소재 휴스턴 한국총영사관 기록에 따르면, 2002년 태풍 ‘루사’ 때 뉴올리언스 한인회에서는 자체적인 모금활동을 통해 1317달러를 한국에 보냈다. 이때 휴스턴과 댈러스, 오스틴, 오클라호마시티 등 휴스턴 총영사관 활동영역 내 도시 중 28개 한인회·한인단체에서 모두 7만1816달러를 모금해 한국에 전달했다.

미국 남부 동포들은 또 2003년 태풍 ‘매미’가 한국을 강타했을 때 6개 한인회·한인관련 단체가 1만8794달러와 한화 20만원을 모아 본국에 전달했고, 작년 북한 용천 폭발사고 때도 휴스턴과 댈러스 한인회에서 6922달러와 한화 500만원을 모금해 휴스턴 총영사관을 통해 한국에 보냈다.

2002년 이후 휴스턴 총영사관을 통해 전달된 미 남부지역 동포들의 성금은 총 10만2080달러로, 한화로 따지면 1억원이 넘는다.

이상호 뉴올리언스지역 한인 피해자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6일 “카트리나 피해지역의 한인 1인당 피해액이 최대 600만달러에 이르고 총 피해액은 1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 복구에는 빨라도 몇 년이 걸려 한인들의 사업 기반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동포들이 이때 우리를 도와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지원을 부탁했다.

(조선일보 / 허용범 특파원 2005-9-8)

카트리나 재앙에 빛난 '코리안의 정(情)'

카트리나 피해 이재민 5천500여명이 수용돼 있는 루이지애나 주도 배턴 루지의 리버센터.

이곳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 대부분은 흑인들이지만 베트남과 중국, 태국 등 아시아계와 백인들도 적지 않게 끼어 있다. 일본계도 몇 명 있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고 한 베트남계 미국인은 말했다.

이곳 사람들은 그러나 '혹시 한국인을 봤느냐'는 질문에 한결같이 '노'라고 대답했다.

뉴올리언스 인근에는 이곳 말고도 여러 개의 이재민 수용시설이 있지만 한인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수용인원이 한 때 2만5천명에 달했던 휴스턴의 애스트라 돔에도 한인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3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카트리나 피해지역 한인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배턴 루지 한인 침례교회에는 뉴올리언스 곳곳에서 대피해온 교민 100여명이 묵고 있다. 배턴 루지 한인회(회장 김성대)는 4명씩 조를 짜 재난을 당한 이웃 뉴올리언스 동포들에게 매끼니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교회 뿐 아니라 배턴 루지 교민들도 동포들에게 문을 열었다.

김성대 회장은 카트리나 재해가 있은뒤 필요한 사람은 누구든 와 머물도록 이재민들에게 집을 개방했다. 앨터스 거리에 있는 이유식씨 집에는 뉴올리언스 이재민 3가족이 머물고 있고 조인갑, 최영섭씨 집에는 2가족, 문옥채, 박종문씨 집에도 1가족씩의 이재민이 숙식을 함께하고 있다.

총각인 황유환씨는 카트리나 재해가 나자 아예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열쇠를 넘겨주고 친구 집으로 옮겼다. 이 아파트에는 뉴올리언스 교민 4가족이 들어갔다.

뉴올리언스 교민들 뿐 아니라 한꺼번에 밀려든 취재진과 정부 관계자들도 배턴 루지 교민들의 신세를 지고 있다.

기자가 교민 집에 묵고 있다는 말에 한 미국인은 "다른 어떤 나라도 그런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집을 떠나면 호텔이나 대피시설로 가는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가 많다는 것이다.

배턴 루지 뿐 아니라 인근 휴스턴, 애틀랜타 등지의 교민회와 종교시설 등도 교포 이재민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이들 도시에도 많은 집들에 교포 이재민들이 옮겨갔고 '오픈 하우스'에 동참하는 집들이 늘고 있다.

재난을 당한 뉴올리언스 교민들을 돕기 위한 모금도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휴스턴 한인회(회장 강경준)는 지난 5일까지 닷새동안 가두 모금을 통해 6천500달러의 성금으로 거뒀고 라면과 김치 등 이재민들에게 필요한 물품도 사서 전달했다.

댈러스와 포트워스, 오스틴, 샌 앤토니오, 버몬트 등 미국 각지의 한인회도 일제히 성금 모금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교포 2세 홍승호씨는 "코리안은 어려움이 있으면 유난히 서로를 돌보는 것 같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연합뉴스 / 이기창 특파원 2005-9-6)

[허리케인에 찢긴 미국] 똘똘 뭉친 한인회

피는 물보다 진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피해를 본 한국인을 돕기 위해 현지 교민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최대 피해 지역 뉴올리언스의 한인 거주자는 2500여 명. 이 중 주변 지역에 연고가 없는 200여 명이 휴스턴과 배턴 루즈 등 인근 도시에 마련된 공공시설에 피난하고 있다.

강정균 휴스턴 한인회장은 "허리케인의 위력이 이렇게 클 줄 모르고 살림살이를 집에 남겨둔 채 몸만 나온 사람들이 많다. 아무 대책이 없는 한인들을 위해 휴스턴 시내 한인 청소년 센터에 식사.잠자리.의약품 등을 제공하는 쉼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휴스턴 교민들이 모금 운동을 벌여 하루 만에 1000달러(약 100만원) 넘게 모았지만 구호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며 교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휴스턴 쉼터엔 김원중(29)씨 등 뉴올리언스대 재학생 3명이 머물고 있다. 배턴 루즈 한인침례교회에 마련된 피난민 쉼터에도 2일 현재 교민 10여 명이 체류하고 있다. 워싱턴 한인회 등 다른 한인회들도 지난 주말부터 모금 운동에 들어갔다.

휴스턴 총영사관은 지난달 29일 배턴 루즈에 직원 2명을 파견했으며 31일엔 민동석 총영사가 뉴올리언스를 찾아 피해 확인 작업을 벌였다.

(중앙일보 / 강찬호 특파원 2005-9-5)

"피해 한인들 집 버리고 타지로 떠나"

<동포신문이 전한 뉴올리언스 한인 표정>

"앞으로 뉴올리언스에 들어찬 물이 빠져나가도 지역 특성상 습기가 많아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 자녀를 둔 한인들은 집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아예 먼 곳으로 떠나고 있다. "미주 중앙일보와 한국일보 등 동포신문들이 2일 전한 현지 한인들의 표정이다.

◇ 유천석 리스빌한인침례교회 담임목사 = 한인 피해자 가정 중 두 가정이 샌프란시스코 등 타 지역으로 이미 떠났다. 장기 거주지를 찾아 간 것이다. 자녀 2명과 함께 우리 교회에 머물고 있던 장현희(35.전도사).방은숙(33)씨 부부는 로스앤젤레스로 떠났다.

◇ 배턴루지의 한인교회 담임목사 = 비즈니스나 집이 침수된 상황도 그렇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해결하는 게 더 급선무이다. 뉴올리언스 한인사회는 전부 사라졌다고 들었다. 몇 달 동안 돌아가기 힘들다는 소식을 접한 한인들은 장기 피난처를 찾아 휴스턴, 테네시, 플로리다는 물론 한국으로까지 길을 잡았다. 갈 곳 없는 유학생들만 현재 남아 있다.

◇ 전태일 뉴올리언스 전 한인회장 = 한인들이 모여 사는 메테리 케너 지역이 2m 가까이 물에 잠겼다. 집에 세간과 자동차 한 대를 그대로 두고 나왔는데 모두 물 속에 잠겼을 것이다. 문제는 아직도 물이 계속 차고 있다. 한 사람도 예외없이 모두가 생활터전을 잃을 판이다. 집으로 돌아간들 한 달 간이나 물에 잠겼던 건물에 위험해서 살 수 있겠나. 앞이 캄캄하다.

◇ 헬렌 장 휴스턴한인회 전 부이사장 = 뉴올리언스 한인 비즈니스는 100% 침수됐다. 문제는 피해 보상을 받으려면 `홍수 보험''에 들었어야 하는데 한인 업주들 상당수가 그 보험에 들지 않은 것 같다. 여유 있는 휴스턴 한인들은 대피 한인들을 집에 머물게 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플로리다에서 거주하다 잦은 허리케인이 싫어 1년 전 뉴올리언스로 이주했다 이번에 일을 당한 사람도 있다. 또 한 사람은 뉴올리언스에 한 달 전 미용재료상을 구입한 뒤 명의이전만 했다 모두 날렸다.

◇ 이기현 무역회사 크라운생산품 대표 = 7년 전 60만달러를 들여 직접 지은 집이 완전히 잠긴 것 같다. 너무나 속상하다. 뉴올리언스에 거주하는 한인들 상당수가 세탁업과 미용재료 판매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세탁기계 등이 물에 잠겨 난감할 것이다.

정신없이 대피하는 과정에서도 가족의 추억이 담긴 앨범과 각종 법적 신분증명서 등을 챙겨나와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다.

◇ 조규식 타이디 빌딩 서비스사 대표 = 뉴올리언스에 남아있다 연락이 두절된 직원 생각에 매일 가슴을 졸이고 있다. 구조대원에게 구출됐을 것이라고 믿지만 "호텔 복도에도 무릎까지 물이 차서 걸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던 마지막 통화가 맘에 걸린다.

(연합뉴스 / 왕길환 기자 200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