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전선.."미국 빼곤 괜찮아"

"미국쪽이 다소 애매하다는 것을 빼곤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중국의 한 외교전문가는 6일 최근 중국의 전반적인 외교상황을 이렇게 요약해서 말했다.

그의 말처럼 요즘 중국의 외교전선은 다양한 활동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5일에는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유럽연합(EU) 정상회의 폐막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전략적 협력관계를 다지기 위한 여러가지 협약 등을 체결했다.

중국-EU 외교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띤 이번 회담에 EU측은 순번제 의장국인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주제 마누엘 바로수 집행위원장, 하비에르 솔라나 외교정책 대표 등이, 중국에서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참석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사태 이후 지속돼온 EU의 대중국 무기금수 해제문제를 제외하고는 이른바 '8대 의제'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는 등 '동반자 관계'의 새장을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무기금수 해제문제도 사실 미국측의 반대가 없었다면 이번 기회에 상당한 진전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이 이미 EU의 두번째 교역국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양측간의 걸림돌은 이제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돈독해지고 있다. 섬유협상의 타결도 이런 관계의 진전에 도움이 되고 있다.

중국은 또 러시아와도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지난 3일 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중-러간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강화해 나가자고 다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이 항일전쟁 승리 60주년 기념대회를 성대하게 치른 이날 후주석에게 항일전쟁 승리 60주년을 축하하면서 지난달 성공적으로 실시된 사상 첫 합동군사훈련이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의 발전 수준을 반영해주는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후 주석도 옛 소련이 항일전쟁 당시 중국에 제공해 준 지원에 감사를 표시하고 양국이 다방면에서 협력관계를 강화해나가기 위해 공동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산둥(山東)반도와 인근 해상에서 진행된 양국합동군사훈련의 성공은 양국관계를 한층 더 성숙하게 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U와 러시아라는 중요한 외교적 파트너 외에도 중국은 북핵 6자회담의 의장국으로서 주요 국제현안에 '책임있는 당사자'로 국제외교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전선'을 살펴보면 상황은 다르다. 후 주석의 미국 방문 연기는 일견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여파로 이해할 수 있지만 방미 형식과 내용을 놓고 벌어진 줄다리기는 양국관계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으로 외교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당초 중국측은 후 주석의 국빈방문을 희망했지만 미국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또 양국간 무역분쟁과 위안화 절상에 대한 미국의 압력 고조 등이 양측관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미 외교전략이 비우호적으로 변한 것은 결코 아니라고 외교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상하이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지도부를 관통하는 의식은 '세계 최강 미국과의 우호관계 유지가 향후 상당 기간의 중국외교 최대 목표'라는 것으로 요약된다"면서 "비록 일시적으로 감정이 상하긴 했지만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최우선시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의 말대로라면, 이달 중순 개최될 유엔총회에서 양국 정상이 쌍무회담을 통해 정상적인 양국관계를 과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부시 대통령과 후 주석은 오는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도 만날 예정이다. 시간상 충분한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 이우탁 특파원 2005-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