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왜 괴질 끊이지 않나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을 시작으로 구제역.조류독감을 거쳐 '돼지 연쇄상구균'까지.

몇 년 새 중국 대륙에서 발생해 외부로 퍼져나간 전염병들이다. 매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드물다. 일단 발병하면 전염 속도나 치사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왜 그럴까. 일반적으론 중국의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이 지목된다.

그러나 중국.홍콩의 전문가들은 기형적인 의료 시스템과 불투명한 보건행정을 더 큰 문제로 지적한다.

◆ 8%의 인구를 위한 의료 시스템 = 5월 말 쓰촨(四川)성 진탕(金堂)현에선 촨리쑹(傳利松)이란 40대 농민이 폭약을 안고 자폭했다. 진탕은 돼지 연쇄상구균이 창궐한 지역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그는 연초부터 원인 모를 병으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가족들은 그를 병원으로 데려갈 수 없었다. 치료비도 없고, 의료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웃 주민들은 전염될까 두려워 접촉을 꺼렸다. 그는 전염병의 공포와 싸우다 결국 죽음을 선택했다.

중국은 1998년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의료 혜택을 받도록 정책을 바꿨다. 시장경제 아래에서 국가가 의료비 모두를 부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 13억 명의 인구 중 1억 명(8%)만이 보험 혜택을 누린다. 특히 농민(8억 명) 중 37%는 병에 걸리고도 진료를 받은 적이 없다.

약값도 비싸다. 의사의 월급과 병원 수입이 연계돼 의사가 비싼 약을 우선 처방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병원의 80%가 도시에 몰려 있다. 농촌 지역의 병원 중 3분의 2는 문을 닫았거나 의료 시설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 그래서 일단 전염병이 발생하면 조기 발견.방역이 어렵다.

◆ 거듭되는 은폐 구태 = 중국 정부가 쓰촨성 돼지 연쇄상구균 감염 사태를 공식 발표한 것은 환자 발생 20일 만이었다고 홍콩의 빈과일보가 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구이저우(貴州).윈난(雲南)성에서도 감염자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위생부는 2일 오전까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0일 중국 정부에 초기 환자의 감염 상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발병 원인과 전염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육류 수출 감소 등 엄청난 파장을 우려해 미적거리고 있다. 중국 당국은 2003년 봄 사스 확산 당시에도 이를 숨기는 바람에 전 세계에 사스를 퍼뜨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 열악한 위생환경 = WHO에 따르면 중국의 위생환경 지수는 191개 국가 중 144위(2000년 기준)를 기록했다. 특히 방역.수도.쓰레기 처리 시설 등은 최악으로 평가받았다. 경제가 낙후된 서부 지역은 전염병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지적된다. 또 항생제 남용이 신종 전염병을 부르고 있다.

(중앙일보 / 최형규 특파원 2005-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