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노대통령 지역주의 恨 때문"

◆들어봅시다/ 김근태 장관◆

노무현 대통령 대연정 제안과 '임기 단축' 발언이 정치권에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여야 차기 대권주자군도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대선주자 가운데 평생을 '독재 권력'과 맞서 싸워온 김근태(GT)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노 대통령 대연정 제안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전망한다.

열린우리당 내 소위 'GT'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그 동안 연정에 대해 공공연하게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장관은 4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노 대통령은 부산에서 한 번 (국회의원에)당선된 뒤 안됐는데 그게 '한(恨)'인 것 같다"며 "대통령은 그런 지역주의를 두들겨 부수고 싶은 것이다. 대통령이 결코 적당히 얘기하는 게 아니다" 고 대연정을 제안한 노 대통령 진정성을 평가했다.

김 장관은 이어 " '슈뢰더 독일 총리나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부럽다'는 노 대통령 얘기가 거짓말이 아니다"며 "노 대통령은 정치적 책임을 질 때는 '져야 된다'고 정말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노 대통령 연정 제안이 재집권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그것은 노 대통령에게 10번째 문제의식쯤 될 것"이라며 "재집권은 다른 사람 몫이다. 대통령은 현안 해결을 하기에도 바쁘다"고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그러나 연정을 둘러싼 여권 지도부간 교감 여부에 대해서는 "12인 모임에서 대통령이 연정을 세 차례 말했는데 토론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필생 과업과 비슷하게 얘기하니까 서로 말하기가 갑갑하다"며 부정적인 심경을 에둘러 내비쳤다.

이 같은 언급은 지난 7월 연정론이 처음 제기됐을 당시 김 장관이 "대통령은 영향력을 가진 당원이기에 그 말씀에 대해 경청하고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했으니 그대로 가자고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당의 독자적 행보를 주문한 것과 같은 연장선상이다.

김 장관은 또 국정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인사 운용과 회의 진행 방식에 대한 문제점 등에 대해 솔직하면서도 예리한 지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우선 참여정부 인사 문제와 관련해 "유능한 사람들을 충분히 그룹화하지 않았다"며 "유능하고 도덕적인 동기를 갖춘 사람들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이 경제를 모르고 대안이 충분히 없으니까 옛 관료들을 그대로 쓰고 있는데 그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새로운 발상 전환을 주문한 뒤 "김대중 정부도 초기가 지나 인사 문제에 부딪쳤는데 현 정부도 최대의 문제"라고 말했다 .

그는 특히 노 대통령 인사 스타일을 겨냥해 "후보 처지에서는 선거 과정에서 자기를 도와준 사람은 좋아하게 마련이지만 직접 도와주지 않은 사람은 못마땅 할 것"이라며 "그러나 나라를 운영하려면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고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또 "현행 국무회의는 방망이만 두드리는 식"이라며 "현안에 대해 보고하고 생각하는 차원에서 묻기도 해야 하는데 부처간 조율이 이미 끝나 부결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장관들이 원래 다른 부처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부담스럽고 다시 신세도 갚아야 하니까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다"며 "그러나 국무회의가 활성화해야 행정부가 균형감각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국무회의에서 의도적으로 자주 질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최근 부동산 종합대책은 행정부의 결정적인 운명이 걸린 사안인데 국무회의에 보고하지 않아 내가 '임시국무회의라도 소집하자'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비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으로 복귀할지 에 대해서는 "연말연초에 계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이해찬 총리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포함해 대선구도 전체를 대통령이 어떻게 짜느냐, 열린우리당이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패키지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만일 당에 복귀하면 전면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며 "내년 지방선거가 힘들더라도 정치라는 게 물러설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해 정면돌파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해 6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놓고 노 대통령에게 "계급장을 떼고 토론하자"고 각을 세운 데 대해서는 "국민주택 분양원가 공개는 총선 공약인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시장원리 위배를 이유로 부정하니까 선대위원장 중 한 사람으로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매일경제 / 박정철, 임성현 기자 200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