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선 이순신장군 어떻게 볼까

최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제기되고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TV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새삼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에서도 이순신 장군은 왜적을 물리친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3.14)는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민족과 나라를 구출해 낸 명장을 들라고 하면 북방민족의 침략을 물리친 을지문덕과 연개소문, 그리고 강감찬을 꼽아야 할 것이고 바다 건너 왜적의 침략으로부터 끝내 조국을 수호한 리순신을 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일성 주석도 "리순신이 활동한 시대를 놓고 보면 그가 위대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순신 장군의 이름은 북한의 문학예술, 정치, 체육 등 여러 분야에서 나타난다.

북한은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리순신훈장'(제1, 2급)을 제정했었으며, 태권도에도 단군과 을지문덕, 연개소문, 서산대사 등 위인들과 함께 리순신 장군 이름을 딴 틀(품새)이 있다.

또 1999년에는 북한 선박공업부문 전문가와 기술자들이 `이충무공전서'에 기록돼 있는 자료에 근거해 철갑선 `거북선'을 70분의 1로 축소 제작,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 전시했다.

그 어떤 분야보다도 이순신 장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것은 문학예술분야일 것이다.

대표작으로는 1960년 국립연극극장이 창작한 연극 '리순신장군'과 리태진의 희곡 '리순신장군'을 꼽을 수 있다.

연극은 북한의 대표적인 희극작가 겸 작사가인 조령출이 희곡을 쓰고 월북 예술인 황 철이 연출을 맡았다.

작품에는 이순신의 인간성과 용감성이 잘 나타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탈북자는 "당시 공연장 주변에는 연극을 보려는 관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던 광경이 기억난다"면서 "상당히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대백과사전도 이 작품에 대해 "역사 주제의 작품 창작에서 우리 연극예술이 거둔 성과작의 하나"라고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2년 발표된 한 저서에서 "그 전에 국립연극극장에서 연극 `리순신장군'을 무대에 올린 적이 있는데 그 작품에서는 임진조국전쟁(임진왜란) 시기 해전에서의 승리가 마치도 리순신 장군 개인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그려져 있다"며 "그러나 인민대중이 그를 따라 조국을 지켜 영용하게 싸우지 않았더라면 그가 해전에서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진조국전쟁 승리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외래 침략자로부터 사랑하는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도 서슴없이 바쳐 싸운 인민대중이었다"면서 "역사물에서는 영웅호걸이나 뛰어난 인물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민대중에 의해 역사가 창조되고 사회가 발전한다는 사상을 두드러지게 그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조선문학사'는 김태진(1903~1949)의 희곡 '리순신장군'(1948)에 대해 "리순신장군의 애국심과 용맹을 보여주면서 왜적을 물리치는 싸움에서 높이 발휘한 인민들과 군인들의 숭고한 애국심과 영웅성을 깊이 형상해 냈다"고 평했다.

(연합뉴스 / 정연식 기자 200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