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이 대동강부터라고?

[중국배낭길라잡이] 가욕관 장성박물관

8월 8일 가욕관(嘉欲關)을 방문했습니다. 가욕관은 만리장성 서쪽 끝부분에 해당되고, 감숙성(甘肅省) 하서주랑의 중간쯤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섬서성 서안 > 감숙성 란주 > 감숙성 가욕관 > 감숙성 돈황으로 이어지는 실코로드 남북로의 주요한 거점이기도 합니다.

박물관 애호가를 자처하는 탓에 박물관은 일순위 방문지입니다. 어디를 가든 꼭 방문합니다. 가욕관에도 '가욕관 장성(長城)박물관'이 있길래, 역시 방문하게 됐습니다.

▲ 가욕관 장성박물관
ⓒ2005 최광식
장성(長城)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길래 들여다 보고 있는데, 명(明)장성 설명하는 부분이 있더군요. 명장성 동쪽 끝은 현재 단동(丹東)부터 시작된다고 알고 있어서 그려러니 하고 넘어가려 하는데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더군요.

▲ 설명중인 중국가이드의 손
ⓒ2005 최광식
단동 호서산성은 원래 고구려 산성인 박작성인데, 중국측에서 명장성 복원이라는 명분하에 명장성을 복원하고 호서산성은 찬밥신세로 밀려난 것에 비분강개한 여행기를 예전에 읽어본 탓도 있어서 주의깊게 다시 한번 보게 됐습니다.

휴우~~. 역시 저도 모르던 역사가 적혀있더군요. 기원전 254년에 만들어진 장성은 '현 조선인민공화국 청천강(淸川江)'에서 시작된다고. 기원전 214년에 만들어진 장성은 '조선인민공화국 대동강'부터 시작됐다고.

▲ 청천강부터 시작되는 장성은 뭔가요? 도대체?
ⓒ2005 최광식
▲ 또다른 장성은 대동강부터라고?
ⓒ2005 최광식
▲ 우리가 못 지키는 우리역사는 어찌할까요.
ⓒ2005 최광식
중국인 가이드는 열심히 중국인들에게 '조선'부터 장성이 시작됐다고 설명을 하고, 듣는 중국 인민들은 열심히 끄덕끄덕 거리고 있었습니다. 누구한테인가 카메라를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을 누르기위해 무척 고생했습니다.

작년 중국 동북아 공정에 대한 한국 정부의 항의(?)로 두 나라간의 역사문제는 외교적 해결만 본 채, 이 경우는 보통 '우리는 노력했습니다'라는 외교적 제스처에 불과하고 실제적인 해결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외교통상부는 대상자인 중국이라는 나라를 너무 모른다라는 내 개인적인 해석은 별개로 하더라도, 중국측은 열심히 역사가공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말이죠.

외교통상부 홈페이지를 보니 "정부는 동북아역사문제와 독도를 항구적으로 다룰 상설전담기구설립을 위하여 그간 관계부처 및 시민 사회단체, 학계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한 가칭 동북아역사재단법 제정안을 8월 8일부터 입법예고중에 있습니다. 동 법안 제정과 관련하여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아래와 같이 공청회를 개최하오니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는 내용이 있더군요.

무척 한가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중국은 벌써 수십 년 고구려를 자국역사로 편입시키기위해 입체적으로 역사왜곡을 하고 있는데 당사자이며 피해자인 우리는 뒷짐지고 중국식 '만만디(천천히, 느리게)' 처리를 하고 있으니, '빨리빨리'문화인 대한민국은 왜 역사문제에서만 늘 이 모양인지..

중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본 CCTV(중국중앙전시대)에서는 파시스트 전쟁승리 60주년기념 프로그램을 해 주더군요. 쉽게 말하면 일본제국주의, 일본파시스트들과 싸운 것을 기념하는 프로그램였지요. 제가 상반기에 중국에 있을때도 자주 보여주던 것입니다.

파시스트의 사전적 해석은 별개로 하고, 극우, 국수주의자들을 파시스트라고 한다면, 공통적인 조건은 역사 왜곡과 자국(민족)우월주의를 바탕으로 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반파시스트 전쟁 60주년을 기념하는 중국과 파시스트화 되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는 이 여행가의 시각차만큼 한중간의 역사문제의 심각성은 깊어져가는것이 아닌가 합니다.

(오마이뉴스 / 최광식 기자 2005-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