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중국을 하나 되게 하는 강력한 정치도구

중국은 56개의 민족이 유럽 대륙과 맞먹는 광활한 영토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고대부터 산과 강 등 자연 장애물로 인해 지역간의 문화는 물론 언어조차도 완전히 달라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곳이 많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끊임없이 분열되려는 중국을 하나로 통합해내는 강력한 에너지로 작용했던 것이 바로 동일한 문자인 한자(漢字)였다. 발음이 달라서 비록 말로는 커뮤니티가 어렵지만 일단 문자로 쓰면 중국인은 어디서든 자신의 뜻을 전할 수 있었고 그것이 중국의 분열을 막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만약 현대에서 한자처럼 중국을 하나로 규합해내는 결정적인 오브제를 찾는다면 그것은 바로 'TV'일 것이다. TV 전파는 손쉽게 지역과 지역을 넘나들며 표준어를 전파시키고 나아가 '하나의 중국'이라는 통합을 강조하는 국가의 통치 이데올로기를 인민들에게 주입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58년 9월 2일은 중국의 가장 강력한 TV 방송사인 '중앙TV방송국(CCTV)'이 처음으로 정식 방송을 송출한 날이다. 1950년 첫 라디오 방송을 시작한 이래 1958년 '베이징TV방송국'이란 이름으로 설립되어 시험 방송을 해 왔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재정난으로 지방방송국을 23개에서 5개로 축소하면서도 국가공영방송을 위한 과감한 투자로 중앙방송국의 전신인 베이징TV방송국을 설립한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방송은 매주 4회, 1회당 2~3시간에 불과했으며 방송 전파의 전송 반경도 25km에 불과했다. 또 당시 베이징에는 단지 30대의 TV 수상기가 있었다고 하니 오늘날 374개의 방송국과 3억 7천만 대의 TV 수상기 수와 비교하면 정말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후 1973년 흑백방송에서 처음 컬러방송을 하게 되고 1978년 베이징TV방송국을 중앙TV방송국(CCTV)으로 개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CCTV는 현재 16개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CCTV-1: 종합, CCTV-2:경제, CCTV-3:종합예술, CCTV-4:국제, CCTV-5:스포츠, CCTV-6:영화, CCTV-7:어린이-농업-군사, CCTV-8:드라마, CCTV-9:영어, CCTV-10:과학-교육, CCTV-11: 희곡, CCTV-12:서부개발, 이밖에 뉴스전문, 만화, 음악, 프랑스-스페인어채널).

전국 방송사 채널의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만족도 순위에서 1위부터 12위가 전부 CCTV의 채널이 차지할 정도이며 방송사간 전체 시청점유율에서도 32% 라는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CCTV가 중국인들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게 되다 보니 당중앙과 정부의 보도 심사와 규제도 더욱 엄격하게 이뤄진다. 특히 정치성을 띠는 보도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당의 지시에 따라 보도 여부와 보도의 수위가 결정되는 종속적인 지위에 놓이게 된다. 이같은 사례는 사스 초기의 은폐 축소 보도, 각종 폭동사건에 대한 침묵, 반일시위에 대한 축소 보도 등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반대로 당과 정부를 찬양하고 정책을 홍보하는 보도는 시간을 지정하여 의무적으로 CCTV의 보도를 그대로 각 성급, 시급 방송국이 같은 시간에 방영하도록 하고 있다. 매일 저녁 7시부터 30분간 방송되는 신원리엔뽀(新聞聯播, 뉴스종합보도)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 TV매체경제학 >의 저자이면서 CCTV에서 근무하고 있는 우커위(吳克宇) 박사는 베이징대학의강연에서 최근 CCTV가 경영의 효율을 높이고 인사와 재정분야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단계적으로 시장의 원리에 맞게 방송제작과 보도의 재량권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부의 방침이 TV방송이 체제를 수호하고 국가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쪽에 무게를 두며 세부적인 사항에서만 재량권을 주고 있는 형태여서 CCTV뿐만 아니라 다른 방송사들도 경영성 제고와 상업화 과정에서 더욱 수준 높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될지 모르지만 정치분야의 정부 나팔수 노릇은 당분간은 불가피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근현대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국정넷포터에도 함께 실립니다.


기자소개 : 김대오 기자는 5년 동안 중국어 교사로 교편을 잡다가 지금 휴직을 하고 베이징(北京)에서 생활하며 중국의 문화와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 김대오 기자 200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