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5000년 한국 역사 쓰는 이탈리아인
마우리치오 리오토(46)는 이탈리아의 한국학자다. 나폴리동양학대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 문학 작품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구운몽' '인현왕후전' '이춘풍전' 등 고전 작품부터 '무진기행'(김승옥)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 등 현대 문학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가 이탈리아어로 번역한 한국 소설이 10여 편에 이른다.

그는 다음달 말 이탈리아어로 쓴 400여 쪽 분량의 '한국의 역사'( Storia dela Corea)라는 한국 통사(通史) 책자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소재한 봄피아니 출판사에서 출간될 이 책은 구석기 시대부터 2003년의 이라크 파병까지 한반도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한국 역사는 영어권에서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한 권으로 요약된 역사책도 거의 없어요."

따라서 자신의 책이 서구인에 의해 쓰여진 첫 한국 통사라고 했다. 시대별로 혹은 주제별로 우리 역사를 다룬 책은 몇몇 있었지만 한국사 전체를 망라한 역사책은 '한국사신론'(이기백 지음)의 번역판과 올 초 김준길 명지대 객원교수가 영어로 쓴 '한국사'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이 책의 집필에 전념해 왔다고 한다. 한국의 역사책은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 출간된 한국사 관련 서적도 거의 섭렵했다.

"역사는 다수 혹은 강자의 기록입니다. 때문에 소수 혹은 약자의 입장에 있었던 한국 역사는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강국들에 의해 왜곡되는 일이 많았고 그런 시각이 서구에 그대로 알려져 왔습니다. 이같은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이 책에 담겨있어요."

리오토는 이 책의 표지로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를 채택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했다.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는 분명한 한국의 역사입니다. 중국이 조작한다고 조작될 사안이 아니죠."

그는 이탈이아 사람이지만 언어와 식습관과 의식은 '토종 한국인'이다.

리오토는 이탈리아 팔레르모 대학에서 고고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로마 국립대학에서 동양고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절부터 한국어.일본어.중국어를 배웠으며 이탈리아와 지정학적으로 비슷한 위치에 있는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1985년 문교부 장학생으로 한국을 찾아 89년 서울대에서 고고미술사로 박사 과정을 마쳤다.

유학중이던 87년 부인 황양숙씨와 결혼해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집에서는 한국말만 쓰고 있으며 16살인 아들 알베르토 역시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한다고 한다. 국제교육진흥원의 초청으로 6월 초 한국에 왔으며 다음달 말 이 책 출간에 맞춰 이탈리아로 출국한다.

(중앙일보 / 왕희수, 강정현 기자 2005-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