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 덮친 아프리카, 부자나라는 못본체

아프리카 기근이 심각하다. 유엔이나 여러 구호기관에서 부자 나라들에게 긴급 지원을 거듭 호소하고 있지만, 별 호응이 없다. 굶어 죽어가고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모습이 이미 오래전부터 언론에 나올 만큼, 이 지역 기근은 만성적이다.

올해는 사하라 사막 남쪽 나라들의 기근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세계식량계획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만 수백만명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고, 이들 대부분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살림살이를 내다 팔거나 집을 떠나고 있다고 이달 초 밝혔다. 서부 아프리카에서는 2명 중 1명은 하루 1달러(1천원) 미만으로 사는 극빈층이다. 말리, 부르키나 파소, 모리타니 주민들은 긴급 식량지원을 받지 못하면 대규모 식량부족 사태에 처할 것이라고 세계식량계획은 경고했다. 소말리아에서는 약 1백만명이 굶주리고 있다. 유엔 자료를 보면 이 나라 구호대상이 6개월 전 87만5천명보다 약 13만여명이 더 늘어났다. 에티오피아도 전체 인구 7200만명 가운데 330만명이 식량원조만을 기다리고 있다.

사이먼 플루에스 세계식량계획 대변인은 “원조의 손길이 늦어져, 이 지역 기아 사태가 니제르처럼 악화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니제르에서는 약 15만명의 어린이가 굶어죽을 위기에 처해 있고,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60만명이 식량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지난달 말 유엔이 경고했다. 구호기관들은 유엔이 지난해 11월 니제르의 식량 위기를 경고했을 때 국제사회가 지원에 나섰다면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성과 어린이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보수적인 이곳 사회에서 대부분의 여성들이 읽고 쓰는 법 등 기초적인 교육도 받지 못한다.

구호기관 관계자들은 “남자들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일하러 나갈 수 있지만, 여성들은 (식량이 떨어진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기근이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해진 것은 가뭄 때문이다.

에티오피아는 지난 20년동안 5차례나 큰 가뭄이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0월에는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아프리카 들녘을 메뚜기떼들이 초토화시켜 버렸다.

이 때문에 부르키나 파소는 농작물의 90%를 잃었다. 가뭄으로 수확량이 줄어 식량이 부족해지면 사람들은 농기구를 포함한 가재도구를 팔아 당장 끼니를 잇는다. 이듬해에는 농사 지을 도구가 없어 또 굶주리게 된다. 세계식량계획은 아프리카 나라들은 수로 등 관개시설이 발달하지 않아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종족분쟁 등 내전도 아프리카 기아 사태의 큰 원인이다. 콩고는 전쟁과 관련된 질병과 기아로 날마다 1천명씩 죽어가고 있다. 도로와 운반시설이 열악한 것도 걸림돌이다.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양의 식량을 운반하기 어렵다. 운반 비용도 높다. 지난달에는 쌀 850톤 등 세계식량계획 구호물자를 실은 배가 소말리아 북쪽 보사소 항구에서 약탈당하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유엔은 이 지역에 필요한 구호자금을 애초 1600만달러에서 8100만달러로 재조정했다.

하지만 부자 나라들의 주머니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니제르는 지난 3월 1600만달러를 요청해 100만달러를 모금했고, 에티오피아는 2005~2007년까지 모두 7억63만달러가 필요한데, 지금까지 원조받은 액수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3억2500만달러에 그쳤다.

어린이 사망률 갈수록 높아져 10년 이내 5살 이하 사망 1100만 이를 것

“2015년까지 기아에 허덕이는 인구를 1990년의 절반으로 줄이고, 5살 이하 어린이 사망률은 3분의 2로 줄이며, 출산 때 산모사망률을 3분의 2로 줄인다.” 2000년 9월 유엔 정상회의에서 191개 나라 대표들이 가난 퇴치를 위한 8개 항목의 목표를 정해 서명한 유엔 새천년개발목표가 채택됐다. 하지만 최근 세계보건기구가 중간점검을 한 결과 가난한 나라들 가운데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나라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5살 이하 어린이 사망자 수는 앞으로 10년 동안 해마다 1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연간 3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에이즈도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더 퍼지고 있다. 임신기간이나 출산 때 숨지는 여성도 1년에 50만명을 웃돈다.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의 임산부 사망률은 잘 사는 나라들보다 1천배나 더 높다.

게다가 전세계 2억명의 여성들이 여전히 안전하고 효과적인 피임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 14개 나라에서 5살 이하 어린이 사망률 수준은 1990년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다. 보고서는 “2015년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5살 이하 어린이 사망률은 목표에 크게 못미친 4분의 1만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욱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이러한 결과들은 대부분의 나라들, 특히 가장 가난한 나라들에서 보건 상황이 더 열악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교육, 성 불평등, 가난 퇴치 등 새천년개발목표의 다른 영역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겨레신문 / 윤진 기자 2005-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