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핵무기야말로 홀로코스트”

“이스라엘의 핵무기, 그리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들에게 한 짓이야말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이다!” 자신의 조국인 이스라엘이 극비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대가로 18년 동안 감옥에서 복역한 뒤 지난해 4월 석방된 핵 과학자 모르데차이 바누누(50)가 여전히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조국 핵무기개발 폭로로 18년 수감
출감 뒤 비판활동 계속…다시 기소

석방 뒤에도 이스라엘 정부의 감시를 받고 있는 바누누는 이집트 주간지 <알 아흐람 위클리> 8월25일치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끊임없이 자국 국민들에게 ‘우리는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라는 사실을 상기시키지만, 진짜 문제는 이스라엘의 핵무기이며 이것이 진짜 홀로코스트”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대인의 박해받은 역사를 고려할 때 이스라엘이 핵 억지력을 갖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안전과 평화와 생존을 향해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평화에 의지하는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핵무기는 자살하는 데 쓸 수 있는 무기일 뿐 절대로 생존을 담보해 주지 않고 그 반대의 결과만 초래한다는 경고인 것이다.

그는 또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달리 이스라엘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주고 있는 데 대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일정표를 짜고 싶다면 우선 이스라엘의 핵 문제부터 풀고 가야 된다”며 “이제 이 문제를 거론할 때가 됐으며, 더는 이스라엘 정부의 기만을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난 1986년 바누누의 폭로로 존재가 드러난 디모나 핵시설을 통해 이스라엘이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약 2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이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않고 있다.

18년간의 투옥 생활에 대한 소회를 묻자, 바누누는 “투옥으로 인해 현실을 직시하면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등 사물을 더 잘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겼다”며 “인간의 마음과 영혼은 너무나 자유로운 것이어서 어느 누구도 파괴하거나 바꿔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외국인과의 접촉이 금지돼 있는 바누누는 석방 뒤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 때문에 또다시 기소된 상태이며, 유럽으로의 망명을 희망하고 있다.

(한겨레신문 / 강김아리 기자 2005-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