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동북3성 경제부흥 공정

중국에서는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을 동북3성이라고 한다. 여기는 말갈, 여진, 거란, 만주족 등 소수민족의 부침이 끊임없는 지역이다. 실제 한족 중심의 지배체제를 위협한 지역이기도 하다. 동북공정이라고 하여 중화중심의 역사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진행된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곳곳에 남아 있는 고구려 시대의 유적과 독립 운동의 흔적은 우리의 고대사와 근대사에서 대륙을 향해 호연지기를 펼치던 지역임을 알려주고 있다.

中 혁신적인사 배치 개발 박차

최근 동북3성에서는 경제부흥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남방과의 경제력 격차가 더 커지기 전에 개발의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우선 목단강에서 다롄에 이르는 1,400㎞의 철도가 연결되는 공사가 착수되었다. 단둥변경경제개발구와 두만강경제개발구 등에서는 외자유치를 통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값싼 노동력과 토지비, 그리고 풍부한 전력은 기업 활동의 중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동북3성을 자원 3성이라고 하듯이 이 지역에는 풍부한 석탄, 석유, 산림 자원이 존재하고 있다. 훈춘에서 만날 수 있는 러시아, 중국, 한반도의 금삼각(金三角) 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 지역에는 개혁과 개방 의식을 갖춘 혁신적 인사들을 부시장으로 전진배치시키고 있다. 30대 중반의 단둥시 부시장은 일본에서 유학을 한 엘리트이고, 그의 부인은 김일성대학과 서울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로서 현재 공안국에 근무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만난 젊은 엘리트와 대화를 하면서 경제부흥을 위한 이들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이 지역은 중국과 북한의 교통이 연결되는 접점이기도 하다. 단둥~신의주, 지안~만포, 투먼~남양을 연결하는 중국과 북한의 철도가 여기에 분포되어 있다. 아직 북한의 경제력 때문에 본격적인 발전을 하고 있지 못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의 로비스트라고 하는 방자(房子)들이 부지런히 물밑에서 활동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화교자본의 상당 액수가 북한의 중요 광산지역에 투입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모두 새로운 기회를 찾아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단기적인 수익을 바라보고 진출하기에 여건은 척박하다. 단둥에 인천시가 산업단지를 조성했으나 기업이 제대로 입주를 못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아직 지역이 흡수할 수 있는 소비시장이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계된 산업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지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미리 장기적인 전략적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이 지역에 있는 인적 인프라를 생각해야 한다. 러시아의 고려인, 중국의 조선족, 일본의 재일동포는 매우 중요한 우리의 인적 자산이다. 우리 말과 우리 문화가 통하는 지역이고 이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우리 동포가 있기 때문이다. 강제 이주 4세대, 5세대로 넘어가면서 민족의식이 희박해지기 전에 유능한 젊은이들을 국내로 유학시키든지 단기 취업을 시켜서 연계망을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자본력 과감한 투자 필요

그리고 우리의 모험자본이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보따리 장사꾼들이 열어둔 길 위로 트럭과 철도를 이용한 교역이 이루어지고 여기에 금융자본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사실 이 지역에서 우리나라를 보면 반도 국가의 서글픈 운명을 깨닫게 된다. 반도 국가는 능력만 있으면 대륙과 해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반면 힘이 없으면 양 세력의 점이지대로 분단의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의 선조가 대륙으로 뻗은 기상을 여기에서 펼쳤듯이 우리의 자본력이 여기서 새로운 기회를 가지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의 투기적 자본이 모험적 자본이 되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정기(精氣)를 형성하는 서기(瑞氣)를 여기에서 찾았으면 한다.

이원희 / 한경대 교수·행정학

(경향신문 2005-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