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에도 과학적 근거"…NYT '지적설계론' 소개

창조론에도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한다. 요즘 미국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창조론은 '지적설계론(Intelligent Design)'이라 불린다. 일종의 과학적 창조론이다. 진화론의 한계를 과학적으로 지적함으로써 "불가해한 섭리에 의한 설계(창조)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뉴욕 타임스(NYT)가 23일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지적설계론 나름의 과학적 논리를 소개했다.

NYT는 지적설계론자들이 주장하는 대표적인 '창조론의 증거'로 박테리아와 지혈(止血) 작용을 꼽았다. 박테리아의 경우 추진체인 편모(鞭毛.flagellum)의 신비다. 정충의 꼬리 같은 가는 실 모양의 편모는 박테리아를 움직이게 하는 일종의 프로펠러다. 분당 1만 번 회전한다. 자동차가 고속으로 달릴 때 엔진이 분당 2000~3000번 회전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다.

편모를 움직이는 엔진과 같은 기관이나 방향을 설정해주는 메커니즘을 보면 너무나 복잡하고 정교해 도저히 진화론으로 설명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지적 설계론자들은 지혈 작용 역시 "진화론으론 설명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다윈의 블랙박스'의 저자인 마이컬 베히(펜실베이니아 레이대.생화학) 교수는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의 예로 지혈을 든다. 지혈 과정에는 20개의 단백질이 동시에 작용한다. 어느 한 가지라도 빠지거나 제대로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혈우병과 같은 병이 생긴다. 베히 교수는 "이같이 잘 짜인 틀을 보면 20가지 요소 하나하나가 각각의 점진적인 진화 과정을 거쳐서 우연히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이는 정교한 설계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살아남기 위해 변이하는 과정 역시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례로 꼽혔다. 박테리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항생제의 작용을 막기 위한 특수 아미노산 실타래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 실타래 모양이 정확히 만들어져야 항생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시애틀의 생화학연구소 분자생물학자 더글러스 엑스가 계산한 결과 정확한 실타래가 만들어질 확률은 '10000…0(0이 77개)분의 1'이다. 진화나 돌연변이로 이런 극소수의 가능성이 현실화되리라 믿기 힘들다. 사전에 치밀하게 디자인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지적설계론자들은 성서를 믿는 창조론자들과 달리 과학적으로 충분히 설명되는 사실을 인정한다. 예컨대 우주의 나이가 성서에 근거한 1만여 년이 아니라 지구과학에 근거한 130억 년이라 믿는다. 대신 이들은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과학 이상의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앙일보 / 오병상 기자 2005-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