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세계 원유확보戰 불 댕기나

中최대 석유회사 CNPC, 카자흐 석유社 전격인수

‘세계의 공장’ 중국이 중앙아시아의 석유 보고(寶庫)인 카자흐스탄 석유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최대 석유회사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은 22일 뉴욕·토론토 등에 상장된 페트로카자흐스탄사(社)를 41억8000만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작년 전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의 31%를 독식했다. 따라서 이번 인수는 앞으로 20년간 9.1%의 성장이 예상되는 중국 경제의 세계 에너지 공급 전략의 일환이다. 포린 어페어즈 9·10월 최신호는 최대 에너지수요국인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을 예상하며, “미국은 중국의 에너지 욕구를 인정해야 하고, 중국은 독재 성향의 에너지 공급 국가들과 무조건 협정을 체결해 국제규범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중앙아시아 석유 접근 = 중국 CNPC의 페트로카자흐스탄 인수는 중국 기업에 의한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기업 인수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의 미국 유노컬사 인수 좌절 이후 3주 만에 이뤄졌다.

페트로카자흐스탄 자체의 1일 석유생산량은 15만 배럴, 이 회사가 확보한 매장량도 3억9000만 배럴에 불과하다. CNPC의 매장량을 겨우 2% 늘리는 정도. 그러나 카자흐스탄 전체의 원유 매장량은 396억 배럴로, 전 세계 매장량의 3.3%를 차지한다. 따라서 중국은 이번 인수를 통해 카자흐스탄의 원유에 접근하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CNPC는 또 중국과 카자흐스탄을 잇는 30억달러 규모의 3000km 송유관 건설에 참여 중이다.

◆ 전방위 에너지 확보 외교 = 중국의 전 세계 외교는 ‘에너지 확보’를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래픽 참조〉.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중국 석유 수입의 45%를 차지하는 대(對) 중동 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작년 1월 아랍연맹 22개국 정상회담이 열린 카이로로 날아갔다. 미국이 ‘악의 축’이라고 부르는 이란과도 향후 25년간 1일 15만 배럴씩의 석유 공급 계약을 맺었다.

또 다른 원유 밀집 대륙인 아프리카 국가들과 결성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도 내년 베이징에서 3차 회의가 열린다. 중국은 인권 탄압을 이유로 미국이 국제적인 제재를 가하려고 하는 수단 석유의 5%를 수입한다. 후진타오 주석은 또 작년 11월 남미 4개국 순방 때 200억달러 규모의 유전·가스전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 멜라카 딜레마 = 중국은 그러나 군사적 갈등시 주요 해상 루트가 봉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중국 석유 수입의 80%가 통과하는 해상수입로는 인도양의 미군기지인 디에고가르시아~인도 해군의 제해(制海)권역~해적 출몰이 잦은 동남아의 멜라카 해협~양안(兩岸) 갈등의 현장인 대만해협으로 이어진다. 후진타오 주석이 ‘멜라카 딜레마’라고 부르며 중국 해군력 증강을 외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조선일보 / 이철민 기자, 송의달 특파원 2005-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