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에 ‘시장경제국 지위’ 요구

중국이 한국 정부에 ‘시장경제국 지위’(MES·Market Economy Status) 인정을 강력히 요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중국의 요구를 들어줄지를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중국에 시장경제국 지위를 인정하면 국내 제조업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어 고민하고 있다.

23일 외교통상부와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비공식 외교 채널을 통해 시장경제국 지위를 인정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이 한 해 200억 달러(약 20조 원) 이상의 무역흑자를 내는 상황에서 중국의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도 힘들다”면서 “지위 인정에 따른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면밀히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001년 중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할 때 중국정부의 시장개입 등을 이유로 15년간 시장경제국 지위 부여를 유예하기로 했다.

중국이 시장경제국 지위를 얻으려는 이유는 비(非)시장경제국은 통상분쟁에서 여러모로 불리하기 때문.

덤핑 판정 때 비시장경제국의 생산원가는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경제 수준이 비슷한 다른 시장경제국의 원가가 적용된다. 따라서 자국 생산원가가 낮아 값싼 제품을 수출해도 덤핑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중국이 시장경제국 지위를 얻으면 중국산 제품이 국내에서 덤핑 판정을 받을 확률이 낮아진다.

정부 관계자는 “10여 년간 중국산 제품의 덤핑 판정건수는 25건에 불과해 시장경제국 지위를 인정해도 국내산업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호주 뉴질랜드 등 30여 개국이 중국의 시장경제국 지위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시장경제국지위(MES·Market Economy Status):

경제시스템이 국가 주도가 아니라 시장에 의해 움직이는 국가. 교역 상대국으로부터 시장경제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면 덤핑 판정에서 패소율이 높아지는 등 무역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동아일보 / 김창원 기자 2005-8-24)

[숫자로 본 韓·中 수교13년] 교민 40만·유학생 4만명

24일로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13년을 맞는다.

양국은 1992년 수교한 이후 정치·경제 및 사회·문화 분야 등에서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 유사성 때문에 양국 국민들의 교류는 급속도로 늘고 있다. 현재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은 40만명으로 추산된다. 백금식 주중 한국인회 회장은 “베이징(北京)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이 되면 중국에 상주하는 우리 교민이 1백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리 유학생은 4만3천여명. 중국 전체 유학생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올들어 7월말 현재 중국을 찾은 한국인 방문객은 1백72만명. 하루 평균 1만명꼴이다. 올 한해동안 총 3백40만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드라마와 가요로 대표되는 한류(韓流)도 양국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베이징 제2외국어대학 한국어과 1학년 학생인 저우이펑(周一峰·20)은 한국어를 익힌 지 불과 1년밖에 안 됐는데도 유창한 서울말을 구사하고 있다. 그는 “재미있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본 덕분”이라고 말했다. 저우처럼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중국 대학생은 6월말 현재 중국 31개 대학, 6,100명에 이른다.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 등 중국의 고위인사들은 우리측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아내나 딸이 한류 팬이라는 사실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중국에서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양국의 경제관계가 갈수록 밀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년 동안 3만개에 이르는 우리나라 기업이 전체 해외투자의 48%인 87억달러(우리나라 신고분 기준. 중국 통계는 2백60억달러)를 투자해 중국에 공장이나 사무소를 세웠다.

올들어 7월말 현재 양국의 무역액은 6백17억달러(중국 세관 통계). 이런 추세라면 올해 양국 무역액은 1천1백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한·중 양국 정상이 2003년 7월 합의한 ‘2008년까지 5년 안에 양국 무역액 1천억달러를 넘기자’는 약속을 3년 앞당기는 셈이다. 대중 무역수지 흑자도 7월말 현재 2백20억달러를 기록, 연말까지는 3백7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하루 1억달러씩 중국과의 무역으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에 진출한 현대자동차의 판매 호조로 쏘나타와 엘란트라(우리 명 아반떼) 택시 2만대가 중국 거리를 누비고 있어 양국관계의 밀접함을 피부로 느끼게 하고 있다. 베이징의 경우 전체(6만대) 택시 가운데 30%에 가까운 1만7천대가 현대 차이다.

다만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고구려 역사왜곡 문제와 탈북자 강제송환 등 양국간 현안은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생겨나고 있는 ‘묻지마 투자’나 ‘묻지마 유학’의 부작용은 양국관계의 ‘어두운 그림자’라고 할 수 있다.

(경향신문 / 홍인표 특파원 2005-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