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달의 지성체들과 교감하며 집필”

지금부터 하는 말은 ‘믿거나 말거나’이다. 이성과 상식만 믿고 사는 사람에게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다.

23일 서울 인사동에서 작가 이외수(59)를 만났다. 그는 ‘괴물’ 이후 3년 만에 장편소설 ‘장외인간’(전2권·해냄)을 내고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런데 느닷없이 “달에 있는 지성체들과 채널링(소통)을 하면서 이 작품을 썼다”고 했다. 외계인과 텔레파시를 주고 받았다는 얘기다. 여기 저기서 쿡쿡 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진지함에 모두 기가 눌렸다.

“증명할 길은 없지만 저는 그들의 존재를 믿고 있어요. 달의 지성체들과는 2년 전부터 채널링을 했으며 평소 1주일에 한번 정도 시도하는 편입니다. 처음에는 눈을 감아야만 가능했지만 지금은 눈을 뜨고도 해요. 채널링할 때는 5명의 전문가들이 동참하는 편이죠. 사실 스티븐 스필버그도 영화 만들기 전에 외계의 생명체와 채널링을 합니다.”

그들과 뭘 교감한다는 걸까. “이것 저것 물어보죠. 예를 들어 ‘지구인이 그곳 달에 진짜 착륙했는가’ ‘지구는 진짜 멸망하는가’ 하는 것들…. 아, 그들을 통해 이순신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어요.”

그러잖아도 이 소설은 달이 사라졌다는 설정으로부터 시작한다. 달이 자취를 감춘 뒤 세상에 일어나는 기이한 자연 현상들을 아래에 깔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가뜩이나 기인으로 알려진 그가 진짜 도사라도 된 걸까.

“올해로 소설 인생 30년을 맞는데, 제 작품 성향은 ‘벽오금학도’(1992년)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어요. 이전에는 소외받거나 방황하거나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주로 다뤘습니다. 그러다가 작가로서 그들에 대한 ‘구원’을 모색하기로 했지요. 10년 가까이 글을 안 쓰고 구원을 찾아 헤맨 적이 있습니다.”

그는 “이 ‘장외인간’을 통해 이 시대에 절망하는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 방안이 뭔지, 새로운 인간형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문화 전반에 걸쳐 타락 양상을 보이고, 소망보다는 욕망으로 치달아가는 요즘 세태의 병폐를 드러내고자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람들은 내 소설이 비현실적이라고 오해하고 있는데, 내 나름대로 굉장히 현실적인 소설이에요.”

그는 이른바 ‘대박’ 작가다. 잘 안 팔린 게 40만부, 조금 잘 팔렸다 하면 1백만부를 훌쩍 넘겼다. 출판사측에서 3년간 생활비조로 선인세(先印稅)를 줘가며 집필을 보조한 것도 그런 이유다. “이번에는 얼마나 팔릴 것 같아요?” ‘도사’에게 던질 질문은 아닌 듯했다. 순간 묘한 미소가 그의 얼굴에 번졌다.

“아, 그것도 달의 지성체들에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얼마나 팔렸으면 좋겠느냐”고 되묻더군요. ‘기본적으로 이전에 팔린 것 정도는 나갈 테니 걱정마라’고 하데요.”

(경향신문 / 조장래 기자 2005-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