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까 말까"..美기업, 中 뇌물문화에 `딜레마`

중국 기업 사회에 만연한 뇌물 문화로 미국 다국적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있다. `황금시장` 중국에서 뒤쳐지느냐, 뇌물로 사업을 확대하느냐의 선택의 기로에서, 이윤 추구와 기업 윤리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몇년새 세계 투자자금을 끌어들이는 `자석`이자, 기업 성장의 동력이 되는 잠재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이에 미국 등 서방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앞다퉈 중국 시장에 진출, 중국을 통한 실적 회복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 사회에 부정부패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이윤 추구에 `올인`한 외국 기업들이 잇따라 부패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 MSNBC는 22일(현지시간) 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의 매력에 빠져 반-뇌물수수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 기업과 미 기업들의 현지 배급사, 정부 구매 담당자 등이 뇌물 혹은 리베이트를 통한 영업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종종 정부 관리 및 국영기업 담당자들을 매수하기 위해 여행 경비, 고급 향흥 등을 제공한다.

미 기업가들은 "미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로 현지 기업들도 보다 도덕적인 영업수행을 하게됐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오히려 미국 기업들이 중국식 영업방법에 따라 뇌물을 제공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작년 12월 미 법무부는 공항 보안 스크리닝 시스템업체인 인비젼 테크놀러지가 80만달러의 벌금을 지불하는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인비젼은 중국, 태국, 필리핀의 배급업체를 통해 정부 관리에 뇌물을 제공했음을 인정했다.

SEC는 지난 5월 의료 장비업체인 디아그노스틱 프로덕츠와 합의했다. 디아그노스틱의 중국 계열사는 1991년부터 2002년까지 중국 의사와 국영병원 직원들에게 160만달러를 뇌물로 상납했다.

중국 신문들은 지난 3월 당시 국영 건설은행(CCB) 행장 창 엔차오가 비리혐의로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그와 동료들은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올텔로부터 컨설팅비 명목으로 약 100만달러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올텔의 사업부인 올텔 인포메이션 시스템은 CCB와 1억7600만달러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창 엔차오 전 CCB 행장은 자택에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 거대 IT업체의 중국 사업부에서 근무하는 한 영업직원은 "중국에서는 뇌물을 주는 것이 사업상 관례"라고 말했다. 본부에서 기대하는 매출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설명이다.

미 기업 매니저들은 "딜레마에 빠졌다"고 하소연한다. 미국 시장에서 기대하는 `훌륭한` 중국 매출을 창출하자니, 법을 어기더라도 뇌물을 제공할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들은 정부 구매 담당자들은 심지어 뇌물을 연봉의 일부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뇌물은 주로 배급사나 PR 대행사 등을 통해 제공된다. 이는 미 국무부나 `해외부패방지법(U.S. Foreign Corrupt Practices Act.)를 집행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

전문가들은 "중국시장이 본격적인 이익을 창출하면서 미 기업의 공격적인 영업활동이 급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인 크리스틴 J. 포브스는 "기업들은 중국영업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목격하고 있고, 그것은 수익 측면에서도 훌륭하다"고 전했다.

`차이나 드림`의 저자인 조 스튜드웰은 "미국 기업들이 홍콩 및 중국 본토에서 창출한 이익이 지난 1999년 19억달러에서 2003년 44억달러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들이 `불법 리스크`를 감수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데일리 / 김경인 기자 2005-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