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반환점 한국사회 ‘多重갈등’

과거사·도청 등 정기국회 맞물려 마찰증폭 예고

갈등의 끝은 어디인가. 참여정부 임기 반환점(25일)을 맞은 한국 사회가 다중(多重)갈등의 깊은 늪에 빠져 있다.

X파일 등 도청사건과 대연정론, 부동산대책 등을 놓고 여야 간에 , 여권 내부에서, 신·구 정권 사이에, 정부와 시민사회 혹은 정부와 시장 간에 대립과 대결구도가 곳곳에서 양산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의 국정운영 기조를 “개혁 앞으로”로 설정하고 ‘여소야대 구도 혁파’와 ‘과거사 청산’ 정국을 만들어가려는 구상이 가시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정치권과 사회 각 부문에서 폭발 직전의 대결 양상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여야 간에 대연정론과 형사사건의 공소시효 배제 여부 등 이슈를 놓고 사활적 대립을 벌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조만간 9월 정기국회가 열리게 되면 4대입법 처리를 놓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및 한나라당 등 야권 사이에서 갈등 양상이 재연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여권에서는 ‘국보법폐지 태스크포스’를 구성키로 했으며, 한나라당은 ‘헌법수호특위’를 구성 키로 하는 등 무한투쟁의 길을 열어놓은 상태다. 이뿐만 아니라 여권 내에서는 노 대통령의 개혁 강화 드라이브로 실용그룹의 입지가 좁아지고 개혁파가 대중조직화를 선언하는 등 실용-개혁그룹 간에 코드 투쟁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함께 국민의 정부 국정원 도청 발표를 둘러싼 노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신·구정권 사이의 감정대립도 우리 사회의 갈등구조를 더욱 중층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이종찬 임동원 신건 씨 등이 22일 김승규 현 원장을 만나 도청 관련 발표에 항의함 으로써 전·현 정권 사이의 갈등을 여과 없이 노출시키기도 했다 .

이밖에도 이른바 X파일사건 수사를 둘러싼 국정원과 검찰, X파일 내용 공개 찬성그룹과 반대그룹 사이에서도 대결국면이 뚜렷이 감지된다. 특히 위계질서를 생명으로 하는 검·경 등 수사당국 사이의 수사권 논란은 우리 사회 갈등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은 23일 “청와대와 여당 사이, 여권 내부의 갈등은 물론 대통령의 자제 지시에도 불구하고 검·경 사이에 수사권 논란을 계속하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이라면서 “우리 사회의 갈등구조가 우려할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고 평가했다.

(문화일보 / 허민 기자 2005-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