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30명중 1명 ‘불소 중독’

서남부서 생산 옥수수·고추
말릴 때 석탄 성분 흡수 과다

‘불소 중독’이 중국 최대의 질병으로 떠올랐다.

중국 발전개혁위원회와 재정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전국 중점지방 질병 방지계획 2004~2010년’을 보면 2003년 말 현재 중국의 불소 중독 환자가 4천만명을 넘어서, 중국에서 가장 많이 유행하는 질병이 됐다고 홍콩 <문회보>가 21일 보도했다. 중국인 30명 중 1명이 불소 중독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불소는 주로 중국 서남부에서 석탄 화력을 이용해 옥수수, 고추 등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이들 식품에 흡수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서남부에서 가장 심각한 불소 중독의 증상은 치아가 삭거나 변색하는 치아 불소반점 증세와, 뼈가 휘거나 요통·관절염을 일으키는 불소골증 등 두 가지이다. 현재 치아 불소반점 환자가 3877만명, 불소골증 환자가 284만명으로 집계됐다. 불소 중독은 예방만 가능할 뿐 치료법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불소 중독으로 인해 학업·입대·취업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정바오산 중국과학원 환경지구화학 국가중점실험실 연구원은 “중국 서남지방 사람들은 석탄으로 옥수수와 고추를 건조시킨 뒤 석탄 난방 가옥 내에 보존하는데, 이 과정에서 옥수수와 고추가 석탄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소를 다량 흡수해 주민들이 이를 먹을 경우 불소 중독에 이르게 된다”고 밝혔다.

서남지역 주민들은 또 가루탄을 점토와 섞어 뭉친 뒤 연료로 쓰고 있는데, 고온 다습한 기후 때문에 점토의 불소 함량이 지나치게 높아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정 연구원은 덧붙였다. 그는 “불소중독 예방을 위해선 천연가스와 전력 등으로 석탄 에너지를 대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주로 동북지역의 옥수수와 산둥성의 고추를 수입해 오고 있다. 서남 이외 지역에서도 불소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겨레신문 / 이상수 특파원 2005-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