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유적, 말로만 '보호'

<앵커> 지난주 서울시는 한강변 아차산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막상 유적들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안미정 리포터! 실태가 어떤지 전해 주시죠.

<리포터> 홍련봉 유적은 아차산의 고구려 유적과 붙어 있습니다.

아차산 유적은 이미 국가 사적으로 지정돼 있는데요. 세계 문화유산 등록이라는 거창한 계획과 달리 관리는 엉망이었습니다.

현장으로 함께 가보시죠. 한강 건너 백제의 풍납토성과 몽촌 토성이 한눈에 보이는 아차산. 고구려는 이곳에 4군데의 군사용 성곽 즉, 보루를 만들었습니다. 모두 국가 사적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아차산 4보루입니다.

발굴이 끝난지 7년 동안 특별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유적이 날로 훼손되고 있습니다.

발굴 당시 사진에는 온돌이나 저수 시설등의 유적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그러나, 지금은 맨땅일 뿐 아무것도 찾을수 없습니다.

보호용 비닐도 찢겨진채 밖으로 드러난 상태입니다.

성곽에 쌓였던 기초석은 등산로 계단이 돼 하루에도 수천명의 등산객이 밟고 다닙니다.

[이난영 : 무슨 팻말 하다못해 저것도 아무것도 없고 그러니까 그냥 밟고 지나가는 거죠. 우리는 모르니까.] 발굴 뒤에 유물만 박물관으로 가져가고 현장 유적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괍니다.

[김이권: 문제가 있는데 이거. 발굴한다고 탁 터트려 놓고 앉았으니.] 나머지 아차산 1,2,3 보루는 등산로 한가운데서 날로 원형을 잃어 갈 뿐 유적 표시조차 돼 있지 않습니다.

[최우철 : 표시가 제대로 돼 있는 것도 아니고, 관리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소중한 조상의 유적이 발끝에 채이는 돌부리로 전락했습니다.

<앵커> 한눈에 보기에도 관리 실태가 부실해 보이는데요. 아차산 말고도 한강변에는 방치된 고구려 유적이 많다구요?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아차산을 둘러싸고 한강 주변으로 17군데의 고구려 유적이 있는데요. 국가사적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날로 원형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겉돌고 있는 당국의 고구려 유적 보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경기도 구리시 아천동 깊은 산속. 험준한 산자락을 오르자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유적이 나타납니다.

시루봉 고구려 보루입니다.

시루봉 보루는 지난 2천년 발굴을 끝냈습니다.

정교하게 쌓여진 석축을 확인할수 있는데요.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지금까지 군사시설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모래 주머니와 타이어로 만든 군사시설이 보루를 둘러싸 유적인지 군시설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군사시설 아래로 석축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국가 사적이 군사 시설에 자리를 내준 것입니다.

석축 위 보루터는 잡풀만 무성한채 산짐승의 놀이터가 됐습니다.

유적에서 떨어져 나온 크고 작은 돌들이 여기 저기 나뒹굴며 한때 유적이 있었음을 말해줄 뿐입니다.

막사에 있던 온돌 유적입니다.

발굴당시 이렇게 선명하게 드러났던 온돌은 지금 주변 어디서도 흔적조차 찾을수 없습니다.

한강변 고구려 보루는 이곳을 포함해 망우산과 용마산 등 17군데입니다.

그러나,국가 사적으로 지정만 됐을 뿐, 관심 밖으로 밀려나 제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세계 문화 유산으로 신청하겠다는 고구려 유적의 현주소입니다.

(SBS 2005-8-22)

" 중원 고구려비 관리 엉망"

<앵커> 방치된 고구려 유적 시리즈 , 오늘은 그 세번째 순서로 중원 고구려비의 관리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역사적 가치에 비해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안미정 리포터! 자세한 소식 전해 주시죠.

<리포터> 중원 고구려 비는 한반도에 남아있는 유일한 고구려 비석입니다.

만주에 있는 광개토대왕비 만큼이나 역사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인데요. 오늘 현장에 가보니 비석은 벌레와 거미줄로 덮여 있었습니다.

먼저, 허술한 관리 실태부터 함께 보시죠. 만주에 있는 광개토대왕비입니다.

중국이 고구려사를 왜곡하면서 지난해 유리관 속에 넣어 보존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의 중원 고구려비는 사정이 다릅니다.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보존하는 유리관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비록 보호각이 만들어져 있지만, 유리로 차단돼 있지않아 풍화작용에 의한 훼손을 피할 수 없습니다.

대형차들이 오가는 삼거리에 위치해 매연이나 진동에 의한 훼손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그만큼 파손의 위험도 큽니다.

[박재국 : 관리가 엉망이죠. 이거 쉽게 부서지잖아요. 누가 나쁜 마음 먹고 들어가 훼손해 봐요.] 장소도 좁고 안내표시도 부족해 고구려의 흔적을 찾는 관람객들을 실망시킵니다.

[이효정 : 볼수 있게 탁본이라도 떠 옆에 놓으면 좋은데.] 담당 직원과 문을 열고 비석이 있는 내부로 들어가 봤습니다.

장수왕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비석은 천 5백년 세월의 흐름에 많이 손상된 모습입니다.

비석에는 군데 군데 거미줄이 쳐 있고 벌레가 기어다니는 등 보존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벌레와 거미줄에 뒤엉킨 중원 고구려비. 팔장 낀 고구려 역사 유적 보존의 실상을 한마디로 웅변해 줍니다.

<앵커> 비석 보존이 너무 허술해 보이는데. 비문 연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요.

<리포터> 현재 비문의 절반도 해독되지 않은 상태에서 글자는 날로 마모되고 있습니다.

추가 판독을 위한 연구는 답보상태인데요.
당국은 비문연구나 비석보호는 뒤로 한채 주변 환경정리에만 돈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비석 보호를 위한 과제를 취재했습니다.

지난 81년 국보로 지정된 높이 145cm, 너비 55cm의 중원 고구려비. 그동안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해 훼손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김영대/충주문화원 사무국장 : 빨래터 돌로 쓰고 대장간 돌로 썼어요.] 무분별한 탁본도 훼손을 부추겼습니다.

[주민 : 밤에 들어오고 마구 탁본을 했어요.(훼손이 심해졌겠네요.) 그렇죠.] 모양이 확인된 400 글자 가운데, 판독이 끝난 것은 130자에 불과합니다.

발굴 이후 지난 26년동안 추가로 해독된 글자는 10자도 안돼 지지부진한 연구 실태를 잘 보여줍니다.

[김영대/충주문화원 사무국장 : 레이저로 조사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답고 봅니다.] 정부도 뒤늦게 유적 정비에 나섰습니다.

문제가 되는 도로를 옮기고, 주차장을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무려 78억원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정작 비문연구나 비석 보호 조치 예산은 한푼도 없습니다.

[박부규/충주시 문화재 계장 :주변 정리 사업이죠. (비석 보호를 위한 조치는 없구요?) 비석은 빠져 있습니다.] 비석에 손을 놓고 주변사업에만 신경쓰는 사이, 삼국의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는 소중한 작업은 한발씩 멀어지고 있습니다.

(SBS 2005-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