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는 중국 브랜드 경영

1990년대 초반 일본 제조업이 맹위를 떨치던 시절, 미쓰비시종합연구소 마키노 노보루(牧野 昇) 소장은 그의 저서 《제조업은 영원하다》에서 국가의 제조업 비중이 20% 이하로 떨어지면 국력이 쇠퇴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이후 장기불황의 길에 들어섰다.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는 이상 제조업은 영원할 것이다. 문제는 경쟁력이다. 제조업이든, IT 바이오 나노 환경이든 비교우위가 영속되지 않으면 영원한 승자는 없다.

한국 제조업도 일부 주력산업을 제외하곤 차이나 블랙홀에 자취를 감추어 버린 지 오래이다. 전세계의 제조업을 호령하는 중국도 지금의 파워가 오래 갈 수 없음을 깨닫고 있다.

“중궈 파이밍 저우추취(中國 排名 走出去)”

제조업 경쟁에서 완승(完勝)한 중국이 이제 브랜드를 통한 세계경영에 나서고 있다. 브랜드는 중국어로 파이밍(排名), 저우추취(走出去)는 밖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KOTRA 상하이무역관 박한진 차장은 중국은 자국에서 생산해 해외에 팔던 ‘Made in China’의 단계를 뛰어넘어 해외에서 생산해 현지에 파는 ‘Made by China’ 단계로 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저우추취가 확대되면 우리 기업은 중국의 영향권에 완전히 들어가는 딥 임팩트(deep impact)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제조업에서 한국은 이미 중국에 비교우위를 갖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2004년 10대 수출품목 중 5대 품목이 중국 10대 수출품목과 중복됐다.

무역협회 무역연구소 박기임 연구원은 “100대 수출품목으로는 1996년 15개, 2004년 30개가 중복됐는데 주로 전기전자, 일반기계 등 대중국 경쟁우위 품목들”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브랜드 매니지먼트에 들어간 상태이다.

중국 기업들은 선난후이(先難後易)를 모토로 내걸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는 선진 시장에서 1등 브랜드가 되면, 글로벌 브랜드가 되고 결국 개발도상국에서도 1등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외국기업을 인수하고 각 지에서 생산, 유통센터를 설립하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최근 5년 사이 중국 기업들이 외국 기업 인수나 현지법인 설립 등에 쏟아부은 돈은 80억달러에 이른다.

국제무대에서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던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Haier)은 2004년 세계경제포럼과 월드브랜드랩(WBL)에서는 600억위안(당시 환율 9조원), 2005년 조사에서는 626억위안(원화절상으로 현재 8조원)으로 중국 기업 가운데 단연 1위를 기록했다. 롄샹(聯想)은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했으며 TCL은 프랑스의 톰슨TV와 합작사 TTE를 설립, 최근 HD-TV분야에도 뛰어들었다.

KOTRA 홍콩무역관에 따르면 베이징브랜드가치평가사는 최근 10년 간 중국 브랜드가치변천사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1995년 브랜드가치 상위 20위 기업의 매출합계는 49억위안에서 2004년에는 브랜드가치 상위 20위까지 기업의 평균 매출규모가 238억위안에 달했다.

중국 정부 고유·수출 브랜드 육성 나서

10년 전 100억위안을 넘었던 기업은 2개(제일기차, 홍타샨)에 불과했으나 2005년에 300억위안을 넘는 기업은 하이얼, 롄샹, TCL 등 5개사로 늘었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 말부터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독려했다. 그러다 최근 수출브랜드, 고유브랜드의 육성에 나서는 2단계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 상무부(商務部) 등은 지난 6월 <수출브랜드 발전 보조에 관한 지도의견>을 발표했다. 이 안에 따라 중국은 단기간 내 중국의 자체 브랜드를 육성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여 향후 브랜드 수출국가를 목표로 삼았다.

중국은 앞서 2005년과 2006년의 <중점육성 및 발전 수출브랜드> 리스트를 발표했다. 전기기계, 방직의류, 수공예품, 광물화학공업, 의료보건, 식품축산업 등의 6개 분야 총 190개 브랜드에 달한다. 이를 위해 수출브랜드 발전기금 설립, 수출입 제한 양의 우선권제공, 정부의 수출입브랜드 우선구매, 핵심기술 및 설비의 보조, 국가수준의 기술지지 등을 지원키로 했다.

중국의 지난해 수출액은 5034억달러로 전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 수출액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수출업체의 40% 이상이 자체 브랜드 보유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동시에 전체 수출액의 20% 이상을 자체 브랜드로 수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상표등록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05년 6월 말까지 중국 상표등록 건수가 237만건이고, 그 중 129개 국가에서 17.8%(42만2000건)에 달하는 상표등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3년에 연간 상표등록 신청건수는 2만건도 채 안됐다.

한국은 중국보다 앞서 1990년대 중반부터 이미 브랜드+디자인을 포함한 글로벌 경영을 시작했다. 성과도 인지도도 높다.

중국 브랜드경영 이제부터, 한국 대비해야

김철환 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도 “비록 중국이 제조업대국일지는 몰라도 가격, 품질 수준, 마케팅, R&D 등을 기준으로 할 때 국제명품브랜드와의 경쟁력이 떨어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제조 기술에서 브랜드경쟁력마저 중국에 빼앗긴다면 인적자원만 남은 한국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다.

LG경제연구원 이연수 선임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의 브랜드 관리법, 해외로 뻗어가는 중국 토종 기업들의 글로벌 브랜드 전략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믹리뷰 / 이경호 기자 2005-8-19) 

"딥 임팩트, 13억 중국시장이 역류한다"

세계경제의 거함 중국 IT(정보기술)산업의 발전속도가 예상을 넘어서고 있다. 풍부한 인력과 메머드급의 클러스터, 기업과 정부의 융통성과 개방성을 앞세워 바짝 한국을 추격해 오고 있다. 최근 5년간 중국 IT산업은 연평균 28%의 고속성장을 하고 있고 2008년에는 아·태시장의 3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직은 한국이 기술적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곧 중국이 'IT 코리아'의 위상을 위협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보통신부가 정부 부처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7월 12일부터 15일까지 3박4일동안 중국 북경과 상해에서 진대제 장관이 주재하는 해외 IT주재관 전략회의를 열고 중국 IT산업을 체험하고 대응전략을 모색했다.

진대제 장관은 "규모 중심의 중국과 경쟁을 위해서는 스피드경영, 스피드정책이 가능하도록 발전된 IT기술을 산업과 국가 전반에 파급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IT 정책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의 눈에 비친 중국 IT산업의 현주소와 우리의 대응전략을 기고문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CBS 전문가 기고 시리즈 ②] 떠오르는 중국과 우리의 대응

12년만의 중국방문이었다. 국교수교한지 얼마 안된 1993년도에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볼 것이라고는 자금성과 만리장성, 진시황 무덤 등 역사유적지뿐이었는데. 짧은 일정이지만 이번에 중국현지를 둘러보니 그동안 정말 많이 발전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기술수준이 우리에게 몇 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뒤쫓아 왔다고 하는데 실감이 나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지난 1970년대 이후 30여년간에 이룩한 것을 중국은 불과 10여년 만에 거치면서 우리의 코앞에까지 쫓아 왔다. 중국은 지금 과거 우리가 누렸던 후발자이익을 최대한 누리며 우리를 추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처음 방문한 소주공업기술원구는 개발된 후 10년동안 매년 연평균 40%의 경이적인 초고속성장을 지속하며 소주와 강소성의 경제를 견인하고 있었으며 싱가폴과의 합작투자를 통해 우리나라의 삼성그룹 등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 중심의 제조업은 물론 교육, 연구단지 그리고 문화, 유통까지 고려한 쾌적한 주거 및 교육·문화 산업단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소주공업기술원구는 우리가 개발년대 동안 개발한 분당·일산과 같은 베드타운류의 수도권 위성신도시, 구미·창원 등 제조업위주의 산업단지 등 단편적인 지역개발정책과는 개념이 다른 클러스터개념의 현대적이고 쾌적한 산업도시로 조성되고 있었다. 또한 하이테크산업위주로 개발되는 상해의 장강하이테크개발구에는 의약, 생명공학산업, 반도체 통신과 같은 IT산업 등 하이테크분야의 외국다국적기업들이 입주하여 중국이 앞으로 하이테크분야에서도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었다.

문득 우리가 추진중인 인천경제특구가 과연 외국인투자자들과 기업들에게 이들보다 더 매력적이고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비춰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더구나 중국전역에 걸쳐서 지방의 성과 시정부들이 경쟁적으로 이와 비슷한 형태의 공업개발지역, 첨단산업지구들을 중국전역에 200여개나 경쟁하고 있다니 중국경제가 지속적으로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다.

급성장하는 중국, 그러나 문제도 많다

이렇게 무서운 추격속에 그래도 다소 위안이 되는 점은 대부분의 중국의 첨단산업이 중국시장을 겨냥한 선진국의 다국적기업들로 구성되어 있고 기술수준이나 내용도 아직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세계시장을 겨냥하기보다는 로우엔드(Low End:성능이 낮고 값이 싼 제품군)중심의 중국시장을 겨냥한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특히 IT기업들중 거대기업으로 성장하는 하이얼, 화웨이 등 중국의 토종기업들도 양산위주의 중저가기술경쟁력은 높지만 첨단기술은 아직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너무나 광대한 국토로 인해 체계적이고 균형적인 경제개발정책을 추진하기에는 중앙정부의 역할에 한계가 있어서 지방정부별로 추진하는 경제개발정책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중국지방정부들이 경쟁적으로 몸집불리기 성장경쟁에 치우쳐 외자기업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면서 기술보다는 양적성장에 치중해온 것도 앞으로 문제점으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부 분야에서는 시장규모에 비해 과도한 투자로 인해 앞으로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경쟁력이 취약한 국유기업들과 외국인 투자자기업들이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의 어려운 과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며 부실금융자산의 증가로 인한 금융산업의 부실화, 동부 연안지역과 서부 등 지역간의 불균형, 도농간의 불균형, 지금도 심각한 실업문제의 심화, 급속한 발전을 이룩한 남부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간 조세권을 둘러싼 갈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성장이 어느 수준이상 도달할 경우 민주화 욕구도 무시못할 불안요인으로 예상된다.

중국경제의 고도성장, 한국경제에 충격

그러나 이렇게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는 세계역사상 유례없는 고속도의 성장을 지속해오고 있다. 중국경제의 미래에 대해서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당분간은 고속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앞에서 열거한 문제점들을 잘 인식하고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특히 서부의 광대한 미개발지역과 무궁무진한 시장이 앞으로도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중국경제의 미래는 우리경제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이미 우리의 최대수출대상국이 된 중국경제가 어려워지면 우리경제 역시 큰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경제가 연착륙을 하는 것이 우리를 포함한 세계경제의 안정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다. 앞으로 중국경제가 순조롭게 높은 성장을 지속하면 수십년 안으로 경제규모면에서 미국과 일본에 버금갈 정도의 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경제의 성장에 따라 중국민들의 구매력이 커질 것이고 그에 따라 시장도 같이 커지면서 로우엔드제품은 물론 하이엔드(High End:성능이 높고 가격이 제일 비싼 제품군)제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중국의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중국기업들은 당분간 하이엔드제품보다는 광대한 내수시장을 향해 돈벌이가 쉬운 양산제품에 중심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로우엔드마켓에서 중국의 경쟁력은 우리를 크게 앞서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소득증가와 함께 중국이 지금은 우리가 앞선 하이엔드마켓에서도 멀지 않아 우리를 추격해 올 것이라는 것이 큰 문제이다. 막대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중국이 후발자이익을 누리면서 연구개발 역량을 한차원 높여 집중적으로 투입할 경우 중국이 손대는 분야는 어느 분야나 일정시간이 지나면 세계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이엔드마켓에서도 중국은 언제든 우리를 추월할 수 있는 잠재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말이다.

중국시장의 역류 어떻게 대응해야하나?

결국 중국과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은 끊임없이 중국과의 차별화, 분업화를 통해 중국내에서 신제품시장을 개척하는 길뿐이다. 특히 하이테크분야와 하이엔드마켓에서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시장을 차별화하는 길만이 우리경제의 살 길이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 기업들은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저가 양산제품에 더 이상 연연하지 말고 중국보다 한걸음 앞서 하이테크의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우리기업들은 당장 돈벌이가 된다고 중국의 로우엔드마켓에 연연하여 머물거리다가는 종래에는 중국기업과의 경쟁에서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신제품과 신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나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면서 결국 기술경쟁력을 갖추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기술경쟁력과 함께 중요한 것은 중국시장에서 확고부동한 유통망을 확보하여야 중국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유통부문을 면밀히 분석하여 중국시장에서 확고한 유통망을 확보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우리기업들이 브랜드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브랜드만으로 기술과 제품의 질을 인정받을 수 있는 브랜드밸류를 갖추게 되면 마켓팅은 손쉬워지게 될 것이다. 세계시장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경쟁력을 갖추었을 때 비로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중국의 성장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기고=이기섭 정보통신부 전파방송정책국장

(노컷뉴스 2005-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