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보력을 경찰·기무사와 비교하지 말라"

사상 초유의 검찰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등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생존'을 위한 물밑 작업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야당의 해체 주장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을 없애야 한다는 등 조직 수술론이 제기되는 데에 맞서 국정원은 다양한 각도에서 홍보와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국내 정보 분야의 존립 필요성을 설득하고 나선 것.

국정원은 최근 정보위원들에게 돌린 문서에서 경찰·기무사·해경 등에 비해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능력이 뛰어나다며 존재이유를 강하게 주장했다.

"국정원은 국내 정보활동의 콘트롤타워... 다른 기관들은 역부족"

이 문서에서 국정원은 "다년간 축적된 노하우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집된 정보를 국정운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종합분석·대안 제시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경찰·기무사 등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정보수집 외에 이를 국가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종합분석과 판단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맨파워가 빈약해 급변하는 정보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찰 내의 정보부서에 대해 "보직의 일부로 인식될 뿐 '전문성 무관(無關)'"이라며 국정원의 차별성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경찰 등 부문별 정보기관들에 대한 국정원의 '컨트롤 타워' 위상을 강조했다.

국정원은 "국가 정보역량의 분산방지는 물론, 위기시 관련 기관과의 역할분담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국정원법'과 '정보 및 보안업무 조정규정' 등에 의한 기획조정권으로 부문 정보기관에 대한 정보정책 수립과 예산 편성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새롭게 출발한다"는 국정원, 도청테이프 공개 반대입장 시사

또한 이 문서에서 국정원은 사생활 자료 공개와 관련된 각국의 실태를 제시하며 검찰이 압수한 불법도청 테이프 공개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국정원은 최근 미국·일본·프랑스 등 18개국의 사생활 관련 자료의 공개 가능성 여부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같은 자료는 엄격한 공개 금지의 프랑스·독일·캐나다 등의 사례에 방점이 찍혀있다.

국정원은 "이들 국가들은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 보호 등을 언론자유 및 공익보다 중시한다"며 "공개에 있어 예외를 가급적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가령 독일의 경우 2004년 <슈타지>가 불법으로 수집·보관해오다가 공개와 관련해 논란이 되었던 콜 전 총리에 대한 내용을 대부분 공개할 수 없도록 판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일본·중국 등은 불법으로 수집된 정보라도 개인의 사생활 보호보다 공익이 우선할 경우 언론이 이를 보도하는 것은 무죄라는 인식이 상당하다. 또한 러시아·폴란드는 별도 제정된 언론 관계법을 통해 개인의 사생활 자료의 언론보도를 용인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상황 무마하기보다 겸허히 여론 들어야"

국정원의 이같은 보고서를 접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X파일 수사가 검찰로 넘어간 이후 국정원이 의원들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로비에 나선 것 같다"며 "국정원은 이런 식으로 상황을 무마하기에 앞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 최고정보기관에 대한 여론을 겸허히 청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은 19일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우려와 착찹함을 느낀다"면서도 "이번 기회에 잘못된 과거를 말끔히 털어버림으로써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될 것을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마이뉴스 / 박형숙 기자 2005-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