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씨름

씨름은 맨손으로 상대방을 넘어뜨려 승부를 가리는 무예다.

동물을 잡거나 다른 종족과 싸워 이기기 위한 원시사회의 투기 연습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역사도 오래됐다.

고대 그리스 벽화에 씨름하는 모습이 나오고 인도의 석가모니가 왕자 때 사촌과 씨름을 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중국에서도 기원전인 한나라 무제 때 씨름이 성행했다.

우리나라의 띠씨름이 일본에 건너가 변형된 것이 스모요, 서양의 씨름이 근대 스포츠로 발전한 것이 레슬링이다.

격렬한 격투기의 하나인 삼보(sambo) 역시 러시아의 토착 씨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씨름을 한자로 각력(角力)이라고 하는데 이는 곧 힘을 겨룬다는 뜻이다.

씨름은 기량보다도 힘을 더 중요하게 여김을 알 수 있다.

오늘날에도 영남지방에서는 서로 힘을 겨룰 때 '씨룬다'고 표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후 씨름이 유행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씨름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중국에서는 우리나라 씨름을 고려기(高麗技)라고 하여 무술로 도입할 정도였다고 한다.

여자는 그네, 남자는 씨름이라는 말처럼 민간에서도 씨름이 성행했다.

단오와 같은 명절 때면 우승자에게 황소 한 마리를 부상으로 주는 씨름판이 곳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씨름이 대중과 보다 친숙하게 된 것은 1970~1980년대를 거치면서 민속씨름대회가 TV를 통해 중계되고 프로씨름이 도입되면서부터였다.

하지만 IMF 환란 위기 이후 재정난에 직면한 일부 프로씨름단이 해체되면서 예전만큼의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7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한국씨름연맹 주최의 ' 광복 60주년 기념,APEC성공 기원 부산 기장장사씨름대회'가 방송사의 TV중계 거부로 끝내 무산됐다.

민속씨름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부산일보 2005-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