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그 해리슨 "미, 한반도 평화협정 원하지 않아"

미국은, 한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한반도에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주한 미군 철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을 미국이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에 의해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은, 1968년부터 1972년까지 '워싱턴 포스트' 동북아시아 지국장을 지낸 바 있고, 올해 4월 방북을 비롯하여 총 9번 북한을 방문했으며, 1994년에는 김일성을 3시간 동안이나 면담한 적도 있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이자 미국의 국제 정책 센터 선임 연구원인 셀리그 해리슨(Selig Harrison)에 의해 제기됐다.

해리슨씨는 16일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 프로 <열린 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제4차 북핵 6자 회담에서 논의된 바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가능성과 관련해 "미국은 이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보인다. 오히려 미국은 평화협정 체결을 두려워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이 같은 태도가 "미국이 (한반도에서) 현상유지를 바라기 때문"이라면서 "미군은 평화협정으로부터 시작될 한반도의 상황변화를 두려워 한다. 그렇게 되면 미군철수에 대한 압력이 시작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펜타곤(미 국방성)은 미래에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제 4차 북핵 6자 회담에서 나타난 미국의 협상 태도와 관련해 그는 "단지 전술상의 변화이지 전략적인 변화는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이제 워싱턴 온건파들의 유일한 목적은 회담을 계속 진행시키는 것이다. 회담이 오래 지속될수록, 군사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쪽으로의 정책 변화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슨씨는 이날 "미국이 아직도 북한 정권교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부시 행정부 내에는 외교를 통해서는 북한 핵프로그램을 종식시킬 수 없고, 정권교체만이 대안이고 믿는 매우 강력한 분파들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 이것이야말로 미국이 왜 지금까지 (북한과) 심각하게 협상을 해 오지 않았는가 하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제네바 합의를 완전히 준수해왔다"

북한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북한의 HEU(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추진설'과 관련해서는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워싱턴에서도 그런 관점이 지금까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는 (미국에 의해) 완전히 날조된 이슈였다고 본다. 북한은 제네바합의를 완전히 준수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행정부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이라는 또 다른 핵개발 루트를 추진했기 때문에 자신들을 속였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그렇게 비난은 했지만,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이 정보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했다는 사실을 이라크 전쟁을 통해 알고 있다"면서 미 정부의 정보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

그는 "이것은 북한은 '나쁜 자'(bad guy)라는 선입견에 근거한 것"이라면서 "2002년 CIA는 북한은 2005년 경 우라늄 농축으로 매년 1-2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의회에 보고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이 2005년이다. 현재 CIA는 더 이상 이런 주장을 하지 않고 있다 . CIA 포터 고스 국장 역시 더 이상 HEU 관련 비난을 하지 않고 있고, 다만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추구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주장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최근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북한의 평화적 핵 프로그램 권한' 발언 논란에 대해서 "(이 문제로) 한미간 분명 정책이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나는 정 장관의 입장이 옳다고 본다. 한국은 이미 경수로 건설에 큰 자금을 투자했기 때문에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NPT 4조 역시 평화적 핵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아마도 부시행정부 임기가 끝난 이후에는 경수로 공사가 재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부시행정부가 북한에 경수로를 건설하는 것을 지지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외교적 차원에서, 예컨대 6자회담 공동성명에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삽입하는 것은 가능하리라고 본다"며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문제에 대해 북미간 선언적 의미의 타결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해 눈길을 끌었다.

(오마이뉴스 / 오동선 기자 2005-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