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中, 불뿜는 21세기 패권 각축전

美, 내주 중ㆍ러 합동군사훈련에 촉각

21세기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각축전이 불을 뿜고 있다.

중국이 등샤오핑(鄧小平)의 실사구시 노선에 힘입은 경제적 급성장을 배경으로 전세계 원자재를 싹쓸이하고 국방예산을 지난 15년간 매년 10% 이상씩 증액, 군현대화를 서두르면서 동북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잦은 파열음을 내는 등 양국간 대결양상이 날로 심각해지는 형국이다.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의 언론들은 15일(이하 현지시간) 내주에 중.러 간에 이뤄질 군사훈련에 대해 큰 관심을 표시했다.

양국간 군사훈련의 배경과 숨은 의도, 향후 세계 역학구도에 미칠 파장 등을 면밀하게 분석했다.

'우정-2005'라는 코드명으로 오는 18-25일 3단계로 나눠 올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이 훈련에는 양국 군대 8천여명이 참가, 첨단무기를 동원해 실전을 방불케 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본격적인 군사훈련이 시작되는 20-22일 중국 산둥(山東) 반도와 그 앞 황해 바다에서 수륙 양동작전이 펼쳐지며 23일부터 25일까지는 산둥에서 첨단 미사일 발사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미사일 발사 훈련에는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과 차오강촨(曺剛川) 중국 국방부장이 직접 참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번 군사훈련을 앞두고 벌써부터 치열한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첨단 첩보장비를 동원, 중ㆍ러 양국의 훈련 준비상황을 은밀히 탐색하려는 미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중ㆍ러 사이에 치열한 첩보전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는 훈련지역인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와 산둥(山東)성 등 훈련지역 주변에 전자 정찰기를 수시로 출격시켜 미국의 정찰행위를 감시하는 한편 훈련 내용이 도청될 것에 대비, 이중삼중의 복잡한 암호체계를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뒤질세라 미국도 중국 국방예산의 투명성을 문제삼으면서 중ㆍ러 양국 합동 군사훈련에 맞서 태평양 해상에서 일본과 손을 맞춰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만약 이 훈련이 구체화된다면 양측간 대결구도는 한층 심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미국이 이처럼 이번 훈련에 지대한 관심을 표시하는 것은 탈냉전 이후 소원했던 두 강대국간 첫 합동 군사훈련이라는 점도 있지만 동아시아와 중부아시아 지역 주도권을 둘러싼 미ㆍ일-중ㆍ러간 두 축간 양보할 수 없는 대결 구도와도 결코 무관치 않다.

한 군사전문가는 "중ㆍ러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군사훈련을 개별적으로 한 적은 있지만 양국이 직접 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미국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을 특히 자극하는 대목은 중ㆍ러간 군사훈련이 이번 한번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중국에 핵잠수함,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 폭격기 등 첨단 군사장비를 팔 수 있어서 좋고, 중국은 동북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미ㆍ일의 움직임을 견제할 수 있는 만큼 합동훈련이 필요에 따라 수시로 열릴 공산이 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러시아제 첨단 군사장비로 무장할 경우 태평양 해상에 배치돼 있는 막강한 미군의 군사력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ㆍ중간 갈등은 대만 안보를 둘러싼 복잡한 계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러나 중국과는 달리 대만과의 대결은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러시아 전문가를 인용, 이번 합동 군사훈련 준비 과정에서 러시아는 "대만 해역 인근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자"는 중국측 제안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최근 인민해방군 주청후(朱成虎) 소장이 대만해협 위기 상황시 미국에 핵무기로 맞서야 한다고 한 발언을 허투루 흘려듣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미국과의 강력한 동맹관계를 구축, 아시아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일본의 복잡한 계산도 아시아 지역을 넘어 전세계 곳곳에서 양 진영간 갈등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일본은 중국과 아시아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을 겪고 있고, 자원의 보고로 알려진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놓고서도 얼굴을 붉히고 있다.

탈냉전 이후 유일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과, 최대의 잠재 경쟁국인 중국의 대결국면이 시간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여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 조복래 특파원 2005-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