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장 위한 50대 교사의 용기

"제대로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해 부끄럽기만 합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교사의 꿈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인 소녀가장을 돕기위해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 황룡초등학교 김홍기(52) 교사.

김 교사는 지난달 우연히 모 방송국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부친의 사업실패로 동생들과 함께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는 최모(19.고3)양의 사연을 접했다.

어렵게 살아가면서도 밝은 웃음을 읽지 않던 최양이 경제난으로 그토록 원하던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한 대학진학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사연을 접한 김 교사는 도움의 손길을 건네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됐다.

지난 1982년 모 방송국 퀴즈프로그램에서 2위에 입상한 전력이 있던 김 교사는 23년이 지난 이달초 다시 방송 퀴즈프로그램에 출연, 2천680만원의 상금을 획득할 수 있는 최종단계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최양을 돕겠다는 간절한 생각이 오히려 김 교사를 긴장하게 했고 5문제 가운데 3번째 문제를 틀려 350여만원의 상금에 만족해야만 했다.

자신도 넉넉한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처지였던 김 교사는 퀴즈프로 출연 신청을 한뒤 퇴근 후의 모든 약속을 접어둔 채 귀가,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하며 자신과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몸이 불편해 쉬고 싶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김 교사는 마음속 깊게 자리잡은 최양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아갔다.

퀴즈 프로그램에 나와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는 주위의 만류도 최양을 향한 김교사의 뜻을 꺾지 못했다.

가족들도 김 교사의 이런 마음을 이해하고 예상문제를 고르는 등 든든한 후원자가 돼 주었다.

불우한 청소년을 위해 또다시 도움의 손길을 주겠냐는 질문에 김 교사는 "누군가와 뭔가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큼 삶의 큰 기쁨은 없다"며 "방송국으로부터 상금이 오면 익명으로 최양의 계좌에 입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안정원 기자 2005-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