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중국 스파이기업 3000여개"

하이테크업체 중국계 직원 이용 기술 빼내
FBI, 대대적 색출… 기업들은 중국 눈치봐

미국에 중국 스파이 비상이 걸렸다. 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에 미국 내 기업·연구소·대학에 무수히 존재하는 중국계 스파이들을 검거하는 작업은 대(對)테러작전 다음으로 중요한 업무가 됐다. 그러나 중국 스파이들은 주로 학생·연구원·기업체 임원 등의 합법적 신분인 데다가, 스파이로 의심되는 중국계 직원들을 고용한 미 기업들은 중국측의 무역 보복을 우려해 고발에 소극적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0일 보도했다. 지난 5년간 FBI의 중국 스파이 기소건수는 매년 15% 증가했다. FBI는 현재 10여명의 중국인을 산업스파이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이 일하던 기업의 소프트웨어나 디자인, 하이테크 장비를 중국으로 불법 유출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FBI는 ‘록히드 마틴’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 군수산업체 관계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의 현황과 중국인 직원들의 유출 가능성에 관해 의견을 나눈다.

그러나 중국은 소련과 달리, 전문 스파이가 아니라 애초 첩보 임무와는 무관하게 미국으로 온 수십만명의 중국인 관광객과 유학생, 중국계 미국인을 활용한다고 WSJ는 보도했다. 미국에는 15만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있고, 매년 7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입국한다. 이들에게 미국 내 설치된 3000개 이상의 중국계 스파이 위장기업들이 접근, ‘애국심’ 등에 호소하며 간첩 활동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FBI의 대대적인 중국스파이 색출 작업에 대해, 미국 내 아시아계 단체들은 “아시아계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라며 반발한다. 미 기업들도 난색을 표한다. ‘3D지오’측은 “중국인 직원을 스파이 혐의로 고발한 뒤, 중국의 거래업체가 제때 대금을 주지 않고 물건도 팔리지 않는다”며 중국정부의 보복을 경계했다.

FBI의 방첩 최고 책임자인 데이비드 재디는 “오늘날 미국에 중국은 최대의 스파이 위협국이지만, 검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심지어 지난 2년간 중국계 FBI 직원 2명이 오히려 중국 정부를 도운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조선일보 / 김기훈 특파원 2005-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