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 중국 농수산물] 녹슨 칭다오 '방앗간' 파리떼 윙윙

고춧가루·찐쌀 등 세척·소독시설없이 양산
싸구려만 찾는 한국업자들이 '공범'
A급은 일본으로 수출…나머지는 보따리상에
통관위해 물타서 압축

지난해 3월 탄저병에 걸려 곰팡이가 핀 고추로 만든 중국산 고춧가루가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다 적발된 적이 있다. 경찰 수사 결과 더 충격적인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이 불량 고춧가루가 음식점으로 넘겨져 손님들 입으로 들어가는 일명 ‘다대기’라 불리는 혼합 양념재료와 고추장의 원료가 된 것이다. 이런 고춧가루는 어떻게 제조되고 어떻게 수입돼 한국인의 식탁에 오르는 걸까.

식품의약품안전청 직원들은 이 사건 직후인 작년 6월 중국 칭다오(靑島)와 웨이하이(威海)의 고춧가루 가공공장 4곳을 방문했다. 이들의 업무는 수입식품의 감시·감독이었다.

당시 칭다오의 한 공장을 견학한 직원들은 “3곳은 모든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었지만, 한 곳은 우리 방앗간 수준이어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위생복도 안 입은 직원이 세척·소독 시설이 없는 공장에서 버젓이 고춧가루를 가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출용 식품공장에는 수분함량, 색깔, 미생물 측정을 위한 실험실이 있어야 했지만 이들은 ‘눈대중’과 ‘경험’으로 고춧가루를 만들고 있었다.

역시 지난해 8월 국내 잔류기준치(30ppm)보다 최대 7배 높은 이산화황이 검출된 중국산 ‘찐쌀’도 마찬가지이다. 이산화황은 변색을 막는 표백제 성분으로, 중추신경에 손상을 가져오고 암까지 유발한다.

식약청 조사단이 작년 9월 중국 칭다오와 톈진(天津)을 찾아 이산화황이 검출된 찐쌀공장을 수소문했지만, 한 곳의 주소지엔 아무것도 없었다. ‘유령공장’이었던 셈이다.

찐쌀 공장 3곳 중 한 업체는 건물이 낡아 천장의 철제가 녹슬어 쇳가루가 날리고 작업장에서 파리가 윙윙거리며 날아다닐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수입된 중국산 찐쌀로 미숫가루, 떡, 김밥뿐만 아니라 식당에서 국산쌀과 섞어 밥을 짓기도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같은 중국산 농수산물에 대한 우려는 우리만의 ‘엄살’이 아니다. 중국 스스로도 식품회사들의 위생 수준에 대해 고개를 떨어뜨린다. 중국은 지난 6월 식품 생산 수출 기업 1만1000여개를 조사한 결과 무려 53%에 이르는 회사들이 제조·유통 과정에서 위생상태 불량으로 적발됐다고 공개했다. 중국 위생당국은 이들 중 2600여개 업체의 수출자격을 박탈해 버렸다.

중국의 소비자들도 중국 식품업체에 고개를 흔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작년 상반기에만 4770명이 식중독에 걸려 이 중 97명이 사망했다. 소규모 식품업체들이 난립, 절반 이상의 업체가 품질검사 없이 제품을 유통시키고, 농약·미생물 검사도 하지 않은 원료를 사용하는 업체가 30%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량·저질 중국 농산물이 들어오는 것은 단순히 중국 탓만은 아니다.

농산물 가공품 수입업체 대표인 신모(45)씨는 “싼값으로 수입해야 차익이 많이 남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중국산 A급은 주로 일본으로 수출된다”며 “우리나라에선 값이 비싸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에 주로 B급 농산물이 수입된다”고 말했다. 고추의 경우 우리나라 수입품은 대부분 1㎏에 중국돈 18위안(한화 2268원)짜리인데 반해 일본은 ‘금탑’ 등 유명 종자로 23위안(한화 2898원) 정도라고 한다.

더욱이 한국 수입업자들은 직접 농산물 재배지에서 계약을 하는 게 아니라 중간 오퍼상을 통해 거래한다. 이 때문에 단지 오퍼상이 제시하는 가격만 맞으면 수입할 뿐, 어떤 농약을 사용하는지, 또 어디에서 농산물을 수집하는지에 대해서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런 싼값 심리 때문에 보따리상들도 성행한다. 보따리상들은 주로 고춧가루와 참깨를 수입하는데 이들이 가져오는 고춧가루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보따리상들은 1인당 한 품목을 5㎏밖에 가져올 수 없기 때문에 부피를 줄이기 위해 고춧가루에 물을 넣어 최대한 압축한다. 물을 20%(보통 중량의 10%)까지 넣기 때문에 가공과정에서 부패하기 쉽다.
김완배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가격차 때문에 중국산을 수입해야 한다면 현지 생산 과정에서 제품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며 “중국업체들이 제대로 안정성 높은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농산물 검역기준을 제대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2005-8-9) 

[무서워! 중국 농수산물] 눈·서류로 쓰~윽 보고 "합격"

통관절차 허술… 정밀검사 20%뿐
중국서 쓰는 DDT 조사항목에 없어
보따리상 농산물은 아예 검사안해

수입식품의 절반 이상이 들어오는 부산항. 지난 5일 항구에 가득한 수천 개의 식품 컨테이너 앞에 부산식품의약품안전청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부산식약청 수입검사과 직원 제모씨는 컨테이너에 든 중국산 고사리 박스를 꺼내 눈과 코를 사용해 검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부산에만 보세창고가 300여개인데 직원은 고작 30명이어서 일일이 검사하기도 벅차다”며 “누가 썩은 식품을 수입하느냐고 하지만 여기서 적발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A씨의 말처럼 수입식품 검사는 육안검사를 거친 뒤 처음 수입되거나 의심되는 식품에 대해 ‘정밀검사’를 한다. 또 한번 통과된 ‘같은 회사, 같은 제품’은 이후 3년간의 ‘서류검사’를 거쳐야 한다. 육안·서류검사 중에는 임의로 선별 검사하는 ‘무작위 검사’도 있다.

올 7월 말까지 수입된 중국산 식품은 3만2045건. 이 중 불합격 판정은 0.5%(169건)에 불과하다. 200건 중에 겨우 한 건꼴로 불합격된 셈이다. 중국산 식품은 과연 이 정도로 안전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 통계에 이의를 제기한다. 정밀검사와 무작위 검사를 받은 것은 20%에 그치고 나머지 80%는 눈으로 훑거나 서류 2~3장만 보고 통과시키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구시에서 간식용 고구마 스낵과 빵을 만드는 데 쓰이는 ‘망고 조각’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이산화황이 기준치(0.03g)보다 각각 10배, 4배가 넘은 것을 발견했다. 모두 중국산이었다. 식약청의 수입 검사를 통과해 극장 등 공연장은 물론, 시장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는 식품인데 어떻게 이산화황이 든 제품이 적발될 수 있을까.

본지 취재팀 추적 결과, 망고 조각과 고구마 스낵은 모두 ‘같은 회사, 같은 제품’이란 이유로 서류검사로만 통과된 것들이었다. 처음 수입해 올 때 정밀검사 한 번만 통과되면 다음부터는 3년간 서류검사로만 끝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없이 통과된 것이다.

이런 사실은 식약청의 조사에서도 증명된다. 작년에 검사를 통과한 식품 중 1669건을 무작위로 검사한 결과, 불합격 판정이 나온 것은 1.67%(28건)였다. 전체 불합격률 0.53%보다 무려 3배나 많아진 것이다.

식품 통관의 허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식품의 정밀검사를 맡고 있는 수입식품 검사기관들도 일조를 하고 있다. 불합격 판정이 나온 것을 합격으로 시험성적서를 조작하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시약의 사용, 검사할 종목이나 방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모기관은 작년 7월 말 유아용 이유식을 검사, 세균이 검출되었는데도 실제 시험성적서에는 ‘음성’ 세균 미검출로 서류를 허위 작성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식약청은 한국식품연구소, 한국화학시험연구원 등 우리나라 수입식품 검사기관 8곳 모두에 대해 3일~3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또 중국에선 사용하는 농약이지만 우리 검사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보따리상들이 거래하는 농산물이 전체 수입량의 10%를 차지하는데도 아예 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 불량식품 단속권을 가진 시·군·구의 미약한 단속도 일조를 한다. 선거철 표를 의식해 자치단체장이 엄격한 유해식품 단속에는 손놓고 있다는 비판이다.

관세를 덜 내기 위한 냉동고추와 찐쌀의 편법 통관도 문제이다. 고추는 관세가 273%인 반면, 냉동고추는 10분의 1에 불과한 27%이다. 냉동고추로 값싸게 들여온 뒤 말리는 과정에서 이산화황 등이 첨가될 수 있는 데다, 말린 다음 국산 고추로 팔리는 경우도 많다. 또 관세가 싼 찐쌀도 마찬가지. 찐쌀도 말리면 일반 쌀과 똑같아지는데, 건조과정에서 변색되는 것을 막기 위해 표백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건국대 천세철 생명환경공학부교수는 “식품도 다국적 시대에 안보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현재 인력이나 장비가 부족한 식약청의 기능을 대폭 강화해 국민들에게 시장에서 팔리는 식품에 대한 믿음을 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 김동섭, 이석우, 인턴 기자 2005-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