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박사가 중국으로 돌아간 까닭은?

과학기술에 목숨 건(?) 중국...미·일 이어 세계 3대 R&D 투자대국으로

중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중국의 과학기술 투자로 인해 국제 연구환경까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중국이 과학기술투자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과학기술투자에 목숨(?)건 중국'이라는 제목의 특별 리포트를 통해 중국이 국가 경쟁력 강화의 결정적 요소로 과학기술이라고 판단해 지난 10년간 어떻게 투자해왔는가를 전했다.

"미국 제안 거절하고 중국으로 귀국"

지난 1996년과 2001년 사이 중국의 과학 및 공학박사 수는 8만여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공공, 민간기관을 합한 연구개발 투자비는 GDP 대비 1996년 0.6%에서 1.3%(165억 달러)까지 상승했다. 미국 GDP의 2.7(2,831억 달러)에 비하면 한참 뒤쳐진 규모지만 중국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급격하게 늘려나가고 있다.

여기 중국 물리학자 왕은가(王恩哥) 박사의 사례를 보자. 그는 1995년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미국 유명대학의 제안을 거절하고 중국으로 귀국을 결심한 것이다.

당시 왕 박사는 북경대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에서 박사 후 연구과정을 마친 상황이었다.

왕 박사가 그 같은 결정을 내린 까닭은 미국 물리학계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이 정체 상태였던 것에 반해 중국은 전도유망한 과학자에게 자금을 아끼지 않고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왕 박사는 자국 내에서 200여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하고, 10년이 채 안되어 중국 물리연구소 소장에 오르는 등 숱한 학문적 성과를 달성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 측정 결과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일본에 이은 세계 3대 연구개발 투자대국으로 발돋움 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연합(MAPI) 어니스트 프렉(Ernest Preeg)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나노기술은 미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바이오 기술과 유전자 조작 농산물 기술분야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중국을 떠오르는 기술 강국으로 평가했다.

변화와 개혁의 결과물...다국적 기업들도 중국行

삼성경제연 정상은 수석연구원은 "중국 과학이 언제 그렇게 하루 아침에 발전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중국은 20년 간 정책을 바뀌고 개혁해 과학자들에 대한 성과주의 제도를 정착시켰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중국 내 과학기술 인력이 대량 배출돼 이것이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01년 과학, 공학분야 학사 학위자는 33만7천명에 이른다. 미국은 같은 해 39만8천명이다.

양적인 증가뿐 아니라 질적인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많은 인재들이 해외유학을 당연시 했지만 지금 중국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의 최고 대학들이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유럽 등지의 유명대학에서 재직 중인 중국인 과학자들을 영입해 일정 기간 동안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중국에 거주하며 학생들에게 세계 최고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도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다국적 연구개발센터를 중국으로 유인하고 있는 것.

"다국적 연구 개발센터 서로 중국으로 유치"

모토로라, 지멘스, GE, 노키아, IBM 등 중국 내 연구소를 두고 있으며 중국은 이들 다국적기업들과 연계해 양질의 과학기술 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연구개발 실험실도 600여 개에 이른다.

정 연구원은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는 즉각적인 상업적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 연구소를 중국에 두고 주요 연구개발 기지를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하웨이, TCL, 하이얼 등 중국 민영기업들도 연구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하웨이의 경우 매출의 10%(2004년 56억 달러)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연구개발 인력도 1만여명 이상에 달한다.

그러나 R&D강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에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연구개발 지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미국, 일본에 비해 그 수준은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것이다. 또 연구시설 역시 종전의 수준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시설 수준을 높이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위급 연구원이 부족하다는 것도 난제다.

중국 정부, 과기발전 당면과제로...중국행보 주목해야

중국 정부는 '과학기술 발전'을 국가 당면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과학과 기술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라고 말했으며, 후진타오 주석 등 최고위급 인사들 대부분도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정상은 수석연구원은 "연구개발 강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우리에게 몹시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컷뉴스 2005-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