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학PD, 왜 ‘태왕사신기’를 만들까?

김종학PD의 ‘태왕사신기’ 제작이유는 ‘우리나라에는 왜 영웅이 없느냐’에서 출발한다.

역사상 뛰어난 영웅을 꼽으라면 이순신 장군 외에는 딱히 거론할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이 기획과정에서 먼저 제시됐다. 세계 시장에 내놓을만한 인물을 찾고 있는 차에 지난해 동북아공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만주까지 우리의 영토를 확장한 광개토대왕(담덕)이 집중 거론됐다.

만주의 간도는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이 터전을 잡고 살던 곳이지만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후 중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아무 생각없이 중국에 내준 지역이다.

중국은 훗날 남북한의 통일이 이루어지면 한국이 이 간도지역의 소유권을 주장할 것을 우려해 미리 동북아공정이라는 학술행위로 위장한 채 고구려 역사를 날조하며 사전공작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김종학PD는 만주정벌기 등에 관련된 광개토대왕의 역사적 행정에 대한 고증을 엄격하게 할 예정임을 밝혔다.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를 그대로 따라가되 청룡과 백호, 주작과 현무 등 사신(四神)의 신화적 요소만 가미한다는 것이다. 사신은 물론 사람으로 나온다.

김종학PD는 광개토대왕을 16살때 경기도 파주의 관미성 등 16개 성(省)을 정복하는 등 최대의 영토를 확장한 정복 군주로 그리면서도 정복이유에 남달리 주목한다.

개인적인 정복욕에 치중된 면이 부각된 알렉산더 대왕과는 달리 광개토대왕은 본래 척박한 고구려 영토를 벗어나 비옥한 땅을 확보하려는 위민(爲民)전략 차원에서 영토확장에 나섰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만주벌판을 달리며 향하는 신시(神市)는 그런 맥락과 연관을 맺는다.

김종학PD는 “우리가 잃은 것은 만주의 땅 만이 아니라 본연의 혼도 잃었다. 단군 조선에서 이어져온 우리의 진정한 역사를 조명하기 위해 광개토대왕을 부각시킬 것이다”며 의욕을 보였다

제작진은 최강의 철기마부대를 가졌던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배용준의 말타는 모습 하나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김종학PD는 “광개토대왕의 정복이유만을 강조하면 재미가 없다. 멜로적인 요소와 인간적인 면모를 가미시켜 담덕을 인간의 모습을 한 영웅으로 그리겠다”고 밝힌 후 “이 작품만 끝내면 현장에서 프로듀서로 일하겠다”고 계획을 알려줬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2005-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