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여전사들, 신라와 온몸으로 맞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보면 아마존이라는 여인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부족이 있다. 이 아마존족은 남자 아기가 태어나면 다른 나라로 보내거나 살해했고,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활쏘기에 방해가 된다 하여 오른쪽 유방을 도려내 버리는, 다소 기이한 습성을 가진 종족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 아마존족은 천성적으로 싸움과 전투를 즐기는 종족으로서 트로이 전쟁에도 참가한 전력이 있다. 흔히 여자이면서도 남자 못지않게 싸움을 잘하거나 당찬 성격을 가진 여자를 아마조네스 전사니 뭐니 하는데, 이 아마조네스라는 말은 아마존의 복수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아마조네스에 맞먹는 여전사들이 고대 한반도의 남단에 존재했던 금관가야에도 있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경남 김해시에 가면 대성동 고분군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고분군에서 갑옷과 철제투구로 무장한 20∼30대의 여성 인골 세 구가 발견된 것이다.

그리고 이 여성 인골들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해 보니 이들의 다리근육이 보통여성들보다 잘 발달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이런 사실은 당시 금관가야에는 전투 훈련을 받은 여전사들이 상당수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삼국시대라 하면 고구려, 백제, 신라가 대립하던 시기를 말하는데, 여기에서 가야라는 실체는 철저히 도외시되고 있다. 그러나 가야는 한반도 남부 지방의 패권을 놓고 신라와 백제 등과 대등하게 싸울 정도로 막강한 국력을 자랑하던 '철의 나라'였다.

육가야연맹은 김해의 금관가야를 중심으로 해서 백제와 일본과 연합하여 신라, 고구려에 대항하였는데, 이 가야의 유적지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강력한 철기문화와 기마군단에 관련된 유물이다.

김해의 대성동 고분군은 허황후릉으로 가는 구지로에서 공설운동장 방면의 낮은 구릉지대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은 2~6C의 금관가야 지배계층의 집단 묘역으로서 지난 1990년대에 발굴된 아주 귀중한 유적지이다.

이 고분군에서는 목관묘, 목곽묘, 석곽묘, 석실묘, 옹광묘 등 다양한 무덤이 발굴되었는데, 특히 목곽무덤에서는 풍성한 철기 문화와 강력한 기마군단을 가진 가야문화의 실체를 알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되기도 했다.

대성동고분군이 위치한 곳은 표고 약 22.6m의 구릉으로서 일명 애꼬지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고분군의 대한 발굴조사는 지난 1990년부터 1992년까지 총 3차에 걸쳐서 실시되었으며 당시 조사된 총 무덤의 수는 136기라고 한다.

당시 이 발굴을 주도한 곳은 경성대학교 박물관인데, 그 박물관에서 낸 조사 자료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중요한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첫째는 3세기말을 기점으로 하여 처음으로 사람과 말을 지배자의 무덤에 함께 묻는 순장의 풍습이 나타났고, 둘째 무기를 구부려 부장하는 습속이나 기마용의 철제갑주, 북방계열의 묘제 등 북방유목민족과 관련된 유물이 다량으로 나왔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고대한일교섭의 실태를 구명할 수 있는 자료가 출토되었다는 것이다. 통형동기, 파형동기, 각종의 벽옥 제품류 등이 그러한 예인데, 이들은 가야의 대일교섭이 일본의 북부구주에서 중추부인 야마토로 전환하였음을 알려주는 자료들이라는 것이다.

이상의 유물로 미루어 볼 때 대성동고분군은 가야의 성립과 전개, 성격규명, 정치 사회구조를 해명하는데 으뜸 가는 유적이라 할 수 있으며, 부산의 복천동 고분군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해는 김수로왕의 전설이 오롯이 남아있는, 경주 못지않은 고도이다. 역사는 늘 승리자의 기록이라고 하였던가. 만일 가야연맹이 백제, 일본과 연합 정권을 명확하게 구축하여 신라와 고구려를 정복했다면 김해는 천년 고도로서 찬란한 문화를 남겼을 것이다.

대성동 고분군에 올라서서 느끼는 가야의 신비는 부산 복천동의 고분군에서 느끼는 것과는 약간 다른 맛을 주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 대성동 고분군의 근처에 김수로왕릉과 허황후릉, 구지봉, 김해 박물관, 김해 천문대 등이 있으니, 아이들로 하여금 가야문화를 체득하게 하는 곳으로서는 그저 최상이다. 반드시 올 여름방학에 아이들과 함께 가보기를 권한다.

(오마이뉴스 / 김대갑 기자 2005-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