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조’ 러 잠수정 살렸다

제2의 잠수함 침몰 참사를 막으려는 국제적인 노력이 마침내 성공했다.

북태평양 캄차카 반도 인근 190m 해저에 갇혀 있던 러시아의 ‘프리즈(Priz)’ 잠수정(AS28)과 승조원 7명 전원이 사건 발생 3일 만인 7일 오후 4시26분 무사히 구조됐다.

길이 13.5m, 높이 5.7m인 이 소형 잠수정이 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 4일.

캄차카 반도 해안으로부터 동쪽으로 15㎞쯤 떨어진 베료조바야만 해역에서 훈련 도중 스크루가 어망과 해저 감시안테나에 걸리면서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3인승 구조용 잠수정이 7명을 태웠다가 되레 구조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러시아는 함정 9척을 현장으로 급파하는 동시에 주변국들에 구조를 요청했다. 수심이 깊어 잠수부가 내려갈 수 없고, 마땅한 구조장비도 갖추지 못했다면서 미국과 영국, 일본에 SOS를 쳤다.

물과 식량은 여분이 있었지만, 산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5년 전 북극해 인근에서 쿠르스크호가 가라앉았을 때 침몰 사실을 숨긴 채 혼자 구하려다 118명 전원을 잃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세 나라 모두 구조장비를 보냈지만, 결국 잠수정을 구한 것은 영국의 무인 잠수정 ‘슈퍼 스콜피오’였다. 원격조종되는 이 잠수정이 바다 밑으로 내려가 수시간 만에 사고 잠수정의 스크루에 걸린 그물을 잘라냈다. 앞서 러시아 함정들은 잠수정을 인양하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승조원들은 구조된 뒤 “바닥에 누운 채 최대한 얕게 호흡해 산소를 절약하고, 두꺼운 옷을 입어 저온을 견뎌냈다”고 전했다. 또 전기를 아끼기 위해 불도 다 끄고, 통신장비 사용도 최소화했다.

그러나 AP통신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로부터 공수돼온 미 해군 심해 잠수정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항구에 정박한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 타전, 이번 구조작전의 ‘옥에 티’였음을 시사했다.

(경향신문 / 이중근 기자 2005-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