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보다 실적만 관심 … 죄송합니다

국민은행 직원 A씨는 3개월 전 '단기 여유자금 3억원을 은행 상품에 넣어 잘 굴려 달라'는 친척의 부탁을 받았다.

이 돈을 정기예금에 넣으려던 A씨는 은행이 마침 '총수신 강조기간'을 설정하자 계획을 바꿔 보통예금 계좌로 돌렸다.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훨씬 낮은 보통예금에 돈을 넣으면 친척에겐 손해지만, 은행에 더 많은 수익을 남겨 개인 실적이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A씨는 얼마 전 이 같은 사실을 은행에 고백하고 친척의 계좌를 정기예금으로 옮겼다.

국민은행은 최근 A씨의 경우와 같은 잘못된 업무처리 사례를 행내 공모해 '은행원이 하지 말아야 할 100가지 일'을 선정했다. 국내 선도은행 자리를 지키기 위해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업무 병폐를 스스로 도려내고 세계 일류급의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자는 IBP(International Best Practice)운동의 일환이다. 은행 측은 모두 788건의 응모 사례 가운데 고객과 은행원, 은행원들 간에 반복돼 오던 대표적인 잘못들을 추려냈다.

국민은행 손광춘 연수원장은 "문제가 드러날 때까지 쉬쉬하거나 고객이 지적하지 않으면 대충 넘어가던 잘못을 바로잡으려 한다"며 "은행원의 직업윤리를 정립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은행보다 고객,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성장 기반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고객보다 직원 우선=서울시내 지점에 근무하는 B은행원은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고 방카슈랑스나 펀드를 팔아왔다"고 고백했다. 고객이 가입을 꺼릴까봐 방카슈랑스 상품은 초기에 중도해지하면 원금을 거의 찾을 수 없고, 만기 수령액이 공시 이율 변동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C은행원은 "환율 추이에 대한 자기 확신이 없는 데도 단지 환전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에게 '환율이 떨어질 것 같으니 갖고 있는 달러를 팔라'고 권유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고객에 대한 고압적 자세도 많았다. 신용이 나쁜 고객이 전화로 상담을 요청하면 "지점에 직접 나와 물어보라"고 박대하거나 연체고객에게 "연체했으니 가압류당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윽박지르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 과도한 실적 경쟁=D은행원은 다른 지점의 주거래 고객이 찾아오면 더 오래 기다리게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은행 안에서의 지점.직원 간의 과도한 실적 경쟁 때문에 고객은 이유도 모른 채 푸대접을 당한 것이다. 또 수익 기여도가 낮은 고객에게 거래를 중단하도록 권유하거나 다른 은행으로 계좌를 옮기게끔 의도적으로 불친절하게 대했다는 고백도 나왔다.

또 ▶평소 귀찮고 까다로운 고객이 오면 바쁜 척하며 다른 동료에게 떠넘기고 ▶마감시간에 창구가 혼잡한데 자기 업무만 보았다는 사례도 소개됐다. 업무 노하우를 혼자만 알고 공유하지 않거나 고객 정보를 전산에 입력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관리하게 되더라는 반성도 나왔다.

(중앙일보 / 나현철 기자 2005-8-8) 

혹시 보험료 더 내고 계시지 않으세요?

자동차보험료 과다 산정 1인154만원꼴 환급
작년 151억원 돌려줘
운전자들 경력 빠트려 할인못받는 경우 많아

3년 전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직장인 이승환(33)씨는 얼마 전 A보험사로부터 그동안 낸 보험료 중 36만원을 되돌려 받았다. 군(軍) 운전병 출신에겐 보험료를 할인해 준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돼 환급을 요구한 것이다. 이씨는 “보험사가 알아서 해주는 법은 절대 없으니 모르면 당하는 게 보험”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보험 법규에 어두운 운전자들이 내야 할 금액 이상으로 자동차보험료를 과다하게 납부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10일 본지가 입수한 손해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가입자의 이의 신청에 따라 13개 보험사들이 환급해준 자동차보험료는 2003년 106억원(7만5900건)에서 지난해엔 151억원(10만7265건)으로 1년 새 42%가 늘어났다. 1인당 평균 14만1000원꼴로 보험료를 더 냈다는 얘기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잘 몰라서 아직 자기 몫을 찾지 못한 사람들을 합하면 운전자 1300만명 중 10% 정도가 보험료를 규정 이상으로 내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운전자들이 복잡한 법규와 보험료 산출방식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반면 보험사들이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사측을 대표하는 손해보험협회 박준식 팀장은 “운전자가 보험 가입 때 자신의 경력을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아 보험료가 잘못 책정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인정했다.

군대 운전병, 법인차량 기사 등의 경력을 빠뜨리거나 해외에서의 자동차보험 가입 사실 등이 제외돼 할인을 못받는 경우가 많다. 또 개인사업을 하다가 직장에 취직해도 보험료가 할인되지만 이를 모르고 자동차 사용 목적을 ‘출퇴근·가정용’으로 바꾸지 않아 할인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보험료는 처음에 잘못 산정되면 계속 잘못된 할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과다하게 낸 보험료가 수십만원에 이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보험소비자연맹은 밝혔다.

보험사들은 운전자가 이의 신청을 내고 이유가 정당하다면 바로 보험료를 되돌려 주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운전자들은 산출방식을 잘 몰라 보험료가 새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른다.

이런 운전자들의 허점을 이용해 보험료를 대신 환급받아 준다며 고율(高率)의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각 보험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입자가 직접 자신의 보험료 과납 여부를 체크해볼 수 있으니 브로커들에 속지 말라고 금감원 보험감독국 정영석 팀장은 당부했다. 문의는 보험소비자연맹 (02)737-0940.

(조선일보 / 이경은 기자 2005-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