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울린 산사나이들의 우정

지난해 5월 히말라야 얄룽캉 등정에 나섰던 산악인 엄홍길 씨는 정상 등반 성공 후 귀국해 비보를 접한다. 자신과 절친한 사이였던 박무택 대장, 백준호ㆍ 장민 대원 사고 소식을 들은 것이다. 친형제처럼 지내던 산악인들이었다. 엄홍길 대장은 시신도 없이 빈소가 차려진 대구 동산의료원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빈소에서 세 사람 영정 앞에 머리를 숙인 채 약속한다. 죽어서도 추위에 떨고 있을 그들을 데리러 가겠다고.

그는 1년 후에 약속을 지켰다. 히말라야 완등을 위한 마지막 고지인 로체샤르 원정을 미루고 그는 '휴먼 원정대'를 조직해 히말라야로 갔다. 77일에 걸친 사투 끝에 그는 박무택 씨 시신을 수습하고 귀국한다.

소설도 쓰고 시나리오도 쓰는 심산 씨가 엄홍길 대장의 시신 수습 원정에 동참 했다. 그리고 원정대 출발에서부터 시신을 수습하기까지 과정을 글로 기록해 ' 엄홍길의 약속'이란 제목으로 책을 냈다.

엄홍길 박무택, 두 산악인의 눈물 나는 사연이야 대중매체들을 통해 알려진 바 있지만 저자는 엄 대장과 동행하며 산악인간 내밀한 교감을 포착해내고 있다. 산 사람들의 교감뿐만 아니라 산 사람과 죽은 사람들 교감까지 포함해서 말이 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얻었다"고 말한다.

엄 대장이 책머리에 짧은 글을 싣고 있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히말라야를 등반하면서 오직 정상만을 바라봤지만, 이번 등반에선 정상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대신 그곳에 이르는 길과 그 길에 묻혀 있는 사람들만을 보았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 이지형 기자 2005-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