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키워드는 '과학'과 '세계'"

전 세계 과학계가 지금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바로 황우석교수의 세계 최초 복제개 연구 발표 때문이다.

복제양 돌리를 처음 탄생시켰던 영국 에든버러 의대 이언 윌머트 박사와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도 "지금 누가 뭐라고 해도 줄기 세포 연구에 관한 중심은 바로 이곳 서울이다"라고 극찬했다.

'과학은 이제 키워드'

지난달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 카이스트에서 열렸던 HPAIR(Harvard Project for Asian and International Relations)도 키워드는 결국 '과학'과 '세계' 였다.

HPAIR는 Harvard Project for Asian and International Relations의 약자로, 1991년 하버드 대학의 학생들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을 위해 만든 일종의 스터디 모임이다. 현재는 모임이 전세계로 확대되어 2001년부터는 아시아 지역에서 연례 회의를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는 8월 말경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다.

HPAIR는 우리나라에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숙명여대 등에 이미 설치되어 있다. 카이스트는 2년 전 처음 HPAIR를 설립했으나 컨퍼런스를 주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바로 이 행사를 준비하고 원만하게 진행했던 HPAIR카이스 회장 서범석 (23)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서범석 회장은 "처음 주최하는 행사인만큼 이에 거는 기대도 크지만 불안감도 컸던 게 사실이었다."며 "다른 대학들과는 달리 '과학'만을 주제로 삼는다는 점에서 실험적이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한국 과학의 미래와 전망'에 대해 인문,사회학 전공자든, 이공계든 가리지 않고 열띤 토론이 이어져 참석자들은 물론 청중들을 놀라게 했다.

"외국 저명교수 추천위해 이메일 수차례... 실수 하기도"

특히 준비단계에서 세계 유수 대학의 저명한 교수들을 초빙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고 한다. 온라인 문화, 유비쿼터스, 생물공학 등 세 개 분야로 나뉘어 진행된 컨퍼런스에서 각 영역 전문가들의 참여는 필수적이기때문이다. 이들을 '모셔'오기 위해 스텝들은 각각 100명이 넘는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 "너무 많은 교수들에게 메일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컨트롤 C와 V를 번갈아가며 눌렀다"고 서씨는 수줍게 말한다. 때문에 이메일 첫머리의 수신인 이름과 마지막의 수신인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한 해프닝도 이제는 추억으로 남았다. 심지어 교수 초청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해 컨퍼런스가 한 차례 연기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지만, 결국 각각의 분야에 약 10여 명의 국내외 저명 교수들이 참가해 국내외 참가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애초에 연사로 참가하기로 했던 황우석 교수와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사무총장은 급한 일정으로 불참을 통보했지만 대신 비디오 메시지로 아쉬움을 전했다.

서범석씨는 지난 1년 여간의 준비 기간을 "힘들었지만 보람을 느낀다"는 말로 요약한다. 15명의 스텝과 17명의 자원봉사자를 다 합해도 서른 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과 1년 여동안 준비를 했으니 힘들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특히 스폰서를 받기 위해 100여 곳이 넘는 기업들을 방문한 것이 가장 힘든 기억이다.

"약속을 미리 하고 한 대기업 상무님을 찾아갔는데 경비 아저씨께 끌려 문전박대를 당한 적도 있고, 다 결정됐던 스폰서가 하루 아침에 이사진이 바뀌어 수포로 돌아간 적도 있어요"라며 서씨는 '아픈' 기억을 회상한다.

"대기업 스폰서 구하려다 경비원에 끌려나오기도"

또한 1회 치고 너무 크게 벌이는 '판'을 보고 "학교 이름에 먹칠 할까 두렵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카이스트측의 무심함도 넘어야 할 벽이었다. 하지만 행사 내내 강연장을 찾으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러플린 총장을 보며 서씨와 그 외 스텝들은 서서히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 문화 부문에 참가했던 서울대학교 4학년생 육승연(24)씨는 특히 미디어 아트 분야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 대학의 조지 러그레이디(George Legardy) 교수의 강연에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또한 행사 마지막날 열린 팀별 프로젝트 경연 대회에서 '온라인 실버 산업' 아이디어로 온라인 문화 부문 1위를 차지한 팀의 팀장 한양대학교 4학년 윤준로(26)씨는 "잊을 수 없는 멋진 기억이었다"며 다음 번 행사에도 참여할 것을 기약했다.

행사의 모든 진행이 영어로 이뤄져 참가자들 중 많은 사람들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 했지만, 이에 대해 서범석씨는 "영어는 부차적인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에 대한 지적 관심과 미래에 대한 준비, 그리고 국제적 마인드를 키우는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세계인'을 꿈꾸는 지성인들의 도전 계속되는 계기가 되길..."

대전과 서울 카이스트 캠퍼스에서 열린 이번 HPAIR카이스트는 일단은 성공적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매끄럽지 못한 진행이 가끔 연출되기도 했으나 행사에 참가한 교수들과 학생들 모두 큰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적 욕구 충족 기회'에 더해 다양한 사람들과의 '친교'는 '보너스'. 스텝들과 참가자들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앞으로도 HPAIR카이스트를 지켜나갈 생각이다.

무더운 여름 '세계인'을 꿈꾸며 대학교 캠퍼스에 모인 대학생들. 이들의 미래에 대한 도전과 준비가 가까운 미래에 활짝 핀 꽃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노컷뉴스 / 심나리 인턴기자 2005-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