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달라이 라마 문제로 중국 눈치 안본다

스위스가 중국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받아들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2일 스위스의 취리히에 도착한 달라이 라마는 12일까지 이곳에 머물며 불교 강론을 하고 파스칼 쿠슈팽 내무장관도 면담할 예정. 달라이 라마가 스위스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15번째다.

스위스는 달라이 라마가 지난 1959년 국외 망명길에 오른 직후 티벳 난민을 받아들인 최초의 유럽 국가였다. 현재 스위스에 거주하는 티벳 난민은 약 3천명으로,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규모.

달라이 라마의 이번 방문을 불쾌하게 여기고 있는 중국 정부는 스위스 주재 대사를 통해 그가 순수한 종교지도자가 아니라 해외에서 중국의 분열을 획책하는 활동을 벌이는 것을 단호히 배격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스위스 외교부 대변인은 그러나 "우리는 그를 정신적 지도자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장관이 그를 면담하는 것"이라며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중국측은 달라이 라마가 스위스 정부 고위 관리를 만나는 것도 불편해하고 있지만 스위스측은 지난 1991년과 1995년, 2001년에 각각 정부 각료가 달라이 라마를 만난 점도 상기시키고 있다.

스위스가 중국과 이 문제로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9년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은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 친티벳 시위가 벌어진 데 대해 진노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번에 달라이 라마를 면담하는 쿠슈팽 장관은 지난해 10월 스위스 각료로서는 처음으로 티벳을 방문했으며 현지에서 중국 정부가 티벳인들의 권리를 존중해줄 것을 당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 문정식 특파원 200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