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중·일 역사갈등, 어떻게 풀까

중·일의 역사 왜곡… 사안 따라 선별 협력하면서
주변국과도 공동노력 필요

중국의 고구려·발해사 등 한국사 왜곡 동향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고, 동북공정의 연구 결과물들이 책으로 출판되면서 왜곡된 논리가 중국인 대중에게 널리 확산되고 있다. 최근엔 고조선·부여사까지도 중국사로 편입시키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조선족이나 영토문제, 북한의 동향과 장래문제, 중국 동북지방의 발전전략과 연계된 다양한 작업을 은밀하게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필자가 근무하는 고구려연구재단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다각도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한국사 왜곡에 대한 해결책은 곧바로 마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에서 탄탄한 학술적 성과를 토대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근래 중국 교육당국에서 개정작업 중인 중·고교 역사교과서의 한국사 서술내용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그러나 일본과 달리 중국은 그 내용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어 사전대응에 한계가 있다.

한·중 양국 사이에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고대·중세사와 달리, 한국 근대사 부문에서는 중국측과 공동으로 일본에 대한 대응을 모색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중국 등 아시아 침략과 학살 만행에 대한 연구와 교과서 서술은 오히려 중국의 사례를 참고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필자는 다수 발간된 중국 화보집에서 중국인을 학살한 일본군 전범을 처형하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부끄럽게도 단 한 명의 일본 군경이나 민간인 전범을 단죄하지 못했다. 3·1운동 당시 제암리 일대에서 40여명의 한국인을 학살하는 등의 만행을 저질렀던 일본군 중위 아리타 도시오(有田俊夫)는 30일간의 ‘근신’ 처분을 받았을 뿐이다.

현재 중국 역사교과서는 일본의 중국 침략과 학살만행, 항일전쟁을 큰 비중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 중·고교의 국정 국사 교과서와 6종의 검인정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는 일제 침략사나 일본 군경, 전범의 한국인 학살만행 등에 대한 서술비중이 미미한 실정이다. 따라서 최근 일본의 우경화 경향과 아시아 침략 미화 책동 비판과 함께 역사교과서 및 교육과정의 개선, 일제 침략상과 만행에 대한 철저한 연구·교육이 필요하다.

작년 8월 말 구두합의 이후 중국의 동북공정 등 일련의 작업은 일단 잠복한 상태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 중국의 이러한 물밑작업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일본학계는 물론 북한·러시아·몽골·베트남 등 중국 주변국과의 공동연구나 발굴, 협력 등을 통한 체계적이며 지속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최근 중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이웃 나라와의 역사인식 격차나 영토분쟁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인접국 동향을 주시하면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는 한편, 냉철한 이성과 착실한 학술적 성과를 바탕으로 한·중·일 3국의 반목이 아닌 참다운 이해와 항구적 평화공존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장세윤·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

(조선일보 200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