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그들은 모유도 광고합니다

우리나라 모유 수유율은 2001년 현재 16.3%. 미국 52%, 일본 45%, 유럽 75%, 스웨덴의 90%에 비해 턱없이 낮다. 그나마 외국처럼 제대로 된 통계를 내는 기관도 없다.

과거엔 선진국들도 지금의 우리처럼 분유회사의 입김에 밀려 모유 수유율이 현저히 낮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분유의 부작용이 속출하자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모유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국가가 주도하는 대책을 강구했다. 미국의 경우 1998년 소아과·산부인과 학회, 시민단체 등 30개 그룹이 참여한 모유위원회가 만들어져 2010년까지 6개월 동안 모유만 먹이는 완전모유 수유율 75%를 목표로 예산확충과 홍보전략 등을 진행중이다. 6개주는 이미 달성했고 지난해부터는 분유광고처럼 미디어를 통한 모유 수유광고를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모유 수유율 저하에 대한 우려로, 지난 81년 세계보건기구는 조제분유와 모유대체식품의 부적절한 판매를 규제하는 국제규약을 통과시켰다. 90년에는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가 모유 수유 증진을 위해 95년까지 각국 정부가 달성해야 할 구체적인 작전 4가지를 담은 이노센티 선언문을 채택했다.

그 내용은 ▲국가에 모유위원회를 둘 것 ▲모자동실 조항 등 10개의 모유 수유 촉진 조항을 충족시키는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만들기’ 운동 ▲분유 등 모유대체식품 마케팅에 대한 규제 입법화 ▲모유 수유에 불리한 직장여성들이 모유를 먹임으로써 손해보지 않는 여건 만들기 등이다. 이중 우리나라는 두번째 항목인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정도만 진행될 뿐 나머지는 거의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그나마 유니세프가 93년부터 매년 발표하고 있는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도 전국에 42곳뿐이다.

91년엔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주선으로 분유 3사가 텔레비전 광고 금지 규약에 서명하는 ‘쇼’를 연출했지만 생후 1~6개월 사이에 먹는 1단계 조제분유 광고를 금지한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 이름이 똑같은 2, 3단계의 분유는 그대로 광고해 소비자가 전혀 체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 모유 수유 전문가로 모유수유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정유미 박사(소아과 전문의)는 “엄마들의 결단만으로, 혹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직장내 모유유축 공간, 공공시설의 수유공간만 마련한다고 모유수유율이 높아지진 않는다. 모유 수유 문제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며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 송현숙 기자 2005-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