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첫 역사소설 '살수' "고구려를 지켜야 한다!"

'을지문덕을 읽을 것인가, 삼국지를 읽을 것인가.'

베스트셀러 작가 김진명씨가 신작 '살수'(랜덤하우스 중앙)를 내놓으면서 던진 도발적 물음이다. 살수는 을지문덕이 진두지휘한 살수대첩의 그 살수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고구려 명장이 김씨의 펜을 통해 웅장한 소설로 되살아났다.

작가는 "을지문덕이야말로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이라고 운을 뗀다. 이순신, 세종대왕 등 하고 많은 위인 중에서 왜 하필 을지문덕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도 우리를 전율케 하는 생생한 현재성 때문이다.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사를 자기네 역사로 편입시키려고 진행 중인 동북공정의 위협 속에서 300만에 가까운 초대규모의 수나라 군대를 궤멸시킨 을지문덕이야말로 한민족 자존심의 상징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그러나 "자랑스러우면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실토한다. 왜? 을지문덕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고, 집안은 어떠했고 벼슬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언제 죽었는지 남은 기록이 없다. 캐내려고 하는 이도 눈에 띄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하니 중국이 '을지문덕이 한민족이라는 증거를 대라'고 윽박질러도 딱히 할 말이 없다. 심지어 현재 국내 학계에선 그가 선비족이라는 주장까지 등장한 실정이다. 이런 판국에 국내의 저명한 작가들은 앞다퉈 '삼국지'를 번역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삼국지'를 모르면 저능아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그는 "속이 터져 견딜 수 없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위해 기존의 모든 자료를 검토했다. 그러나 역시 신뢰할만한 자료는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비록 허구일지언정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울화를 삭이기 위해서라도.

'살수'는 그의 첫 본격 역사소설이기도 하다. 그동안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썼지만 모두 현대에서 역추적하는 방식을 취했다. '살수'가 새로운 출발의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그는 "앞으로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에 저항하는 작품을 쓰는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스포츠조선 / 김형중 기자 2005-8-1) 

김진명씨, 을지문덕 소재 역사소설 '살수' 출간

113만명이라는 엄청난 수나라 대군을 16만의 군대로 살수(청천강)에서 궤멸시킨 고구려의 을지문덕. 세계 전쟁사에 유례가 없는 대첩을 이끈 영웅이지만 우리 나라 국민 중 을지문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김진명의 새 장편소설 '살수'(랜덤하우스중앙,전 2권)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작품이다.

작가는 책을 통해 한민족 영웅이면서도 자료 미비 탓에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을지문덕을 당시 시대 상황에 근거해 복원시키고 아울러 최근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에도 당당히 맞선다.

소설은 수나라의 한 사관이 '상서'라는 문서를 찾아내면서 시작된다.

중원을 통일하고 황위에 오른 양견은 자신이 천자임을 만천하에 알리기 위한 제례를 준비하던 중 요순시대 순임금이 즉위 후 동방의 군자국에 사신을 보내 예 를 갖췄다는 기록을 발견하고 진노한다.

'동방의 군자국'은 바로 당시의 고구려였던 것. 수나라에 조공도 바치지 않는 고구려를 찾아가 예를 갖춘다는 것은 양견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기 때문에 고구려와의 전쟁을 선언한다.

이에 포악한 태자 양용은 황제의 뜻에 따라 고구려를 침공하기 위한 별동대로 30만의 군사를 혹독하게 훈련시킨다.

첩자를 통해 전쟁이 임박한 것을 알아챈 을지문덕은 영양왕을 찾아가 묘책을 일러준 후 수나라가 보낸 사신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림으로써 전면전을 선언한다 .

성난 파도처럼 고구려로 쳐들어온 수나라 군사들은 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하며 미처 싸우기도 전에 죽어나간다.

작가는 "현재 중국은 동북공정을 치열하게 진행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에게는 아무런 자각이 없다.

이 시대 작가들은 동북공정의 한 가운데서 앞다퉈 '삼국지'를 편역해 내고 또 '삼국지'를 읽지 않으면 저능아 취급을 하기 일쑤다.

이러고서야 어떻게 저들의 동북공정을 격파할 수 있겠는가"라고 썼다.

한편 1993년 출간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450만부 팔린 것을 비롯 김씨는 지금까지 '가즈오의 나라' '하늘이여 땅이여' '한반도' '제3의 시나리오' 등을 통해 800만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한국경제 / 김재창 기자 2005-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