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문대 졸업축사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

교육의 목적은 한편으론 가르치고, 한편으론 솎아내는 데 있다. 원자재가 좋지 않으면 기술이 뛰어나도 좋은 물건을 만들기 어렵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수재들만 모인다는, 한국을 이끄는 최대 파워그룹 서울대학교 총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 정운찬 총장은 지난 2월 서울대 졸업식에 참석, 식사(式辭)를 통해 “독선과 배타, 분열의 정서가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아 왔다. 열린 사회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교 평준화로 재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떨어진다고 고민한 그가 졸업생에게 하는 당부는 어찌 보면 아이러니로 비춰진다.

평준화 폐지 주장 서울대 총장
졸업생에겐 열린사회 실현해라

미국의 대학에서 2005년 졸업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가 많은 행사이다. 이들이 입학한 때가 2001년 미국 최악의 사건인 9·11테러가 발생한 때였기 때문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혼란스럽고, 가장 위험한 시기에 대학에 입학한 이들이 4년을 보내 올해 졸업한 것.

지난 6월 애플 창업주 겸 CEO인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항상 배고파라 항상 멍청해라(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졸업생들에게 그들의 꿈을 좇고, 삶의 좌절에서 기회를 보라(죽음마저 포함해서)고 강조했다.

그는 인생의 전환점부터 말했다. 그의 생모는 대학원생인 젊은 미혼모였고 그는 평범한 노동자 집안에 입양됐다. 잡스는 리드칼리지가 스탠퍼드의 학비와 맞먹을 정도로 비쌌고 공부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 6개월 만에 자퇴한다.

애플 CEO, 자퇴가 최고의 결정

그는 진정으로 인생에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대학 교육이 그것에 얼마나, 어떻게 도움이 될지 판단할 수 없었다고 한다. 지금 뒤돌아보면 참으로 힘든 순간이었지만, 그것이 그의 인생 최고의 결정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지금 여러분들은 미래를 알 수 없다. 다만 현재와 과거의 사건들만을 연관시켜볼 뿐이다. 따라서 현재의 순간들이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다는 것을믿어야 한다. ”

둘째는 사랑과 상실. 20세 때 차고에서 애플의 역사를 시작, 10년 뒤 종업원 4000명, 매출 200억달러짜리 회사로 키웠지만 그는 쫓겨났다. 해고를 당했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한 그는 인생 최고의 창의력을 발휘하면서 넥스트, 픽사를 창업했고 지금의 아내 로렌을 만나게 된다. 애플에서의 해고가 정말 독하고 쓴 약이었지만 잡스는 그 약이 필요한 환자였다. 잡스는 지금도 찾지 못했거나 모른다고 해도 주저 말고 포기 말라고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죽음을 얘기한다. 1년 전 췌장암 진단을 받고 6개월 시한부인생 선고를 받은 그는 수술로 완치된 이후 죽음이 때론 유용하단 걸 알게 됐다. 이런 경험을 한 그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됐다. “새로움이란 자리에 있지만 언젠간 다른 세대에 물려주어야 한다”면서 제한된 삶을 낭비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어릴 적 지구백과(地球百科)의 뒤에 시골길 사진에 적혀진 문구 “늘 배고프고, 늘 어리석어라(Stay Hungry, Stay Foolish)”를 말하며 새로운 시작을 앞둔 졸업생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이런 방법으로 가길 바란다고 말을 끝맺었다.

하버드대 연사로 나온 영화배우

우리에겐 클리프행어(주연 실베스터 스탤론)의 악당 정도로만 익숙한 미국 영화배우 존 리스고우(Lithgow)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으며 작곡, 그림, 소설 등 다방면에 재능을 인정받는 배우이다. 그는 6월 9일 배우로서는 처음으로 모교인 하버드대학의 제354회 졸업식 연사로 나왔다. “배우에게 뭔 지혜를 구해요”라는 조크로 말문을 연 그였지만 “창의적이고 유용하고 관대하라(Be creative, Be useful, Be practical, Be generous.)”고 강조했다. 리스고우는, 하버드대 출신으로 깨끗한 허드슨강을 위해 노력한 포크송 가수, 기타 레슨비용으로 도시 빈민 어린이들을 위한 모금활동을 하는 기타리스트, 우간다에 영화학교를 설립하는 감독 등 하버드 선배들을 예로 들었다.

“그들을 위대한 예술가로 만든 자질이나 그들을 선한 사람들로 만든 자질이나 같다. 이들이 어떻게 기존의 열정을 뛰어넘었고(때론 매우 이상한 방식이지만), 세상을 바꾸었으며, 얼마나 기뻐하고 자부심을 갖는지를 생각해 보라.”

리스고우는 “그렇다고 여러분들이 예술가가 될 필요는 없다. 창의적이고 유용하고 실용적이고 관대해지는 것은 때론 매우 간단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9·11테러 때 입학생이 졸업생 되어

2005년 5월 중순에 있었던 예일대 졸업식에선 이 대학의 리처드 레빈(Levin) 총장이 학위수여 기념 연설에서 “공공담론을 부활시켜라(Reviving Public Discourse)”고 주창했다.

레빈 총장은 민주국가들 사이에 최근의 정치적 담론이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편파화(oversimplification and polarization) 경향을 띠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를 반대로 돌려 놔야 한다고 당부했다.

5월 19일 컬럼비아대학 졸업식에서 리 볼링거(Bollinger) 총장 역시 “우리 나라의 담론이 매우 날카롭게 분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진보냐, 보수냐 등 하루 하루가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의 시험대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더라도 좀더 열린 시각을 가져라.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사람들이 단 하나 진실이고 정의라고 생각하는 일을 추구하는 것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FRB 의장, MBA 졸업생들에 “부자돼라”

앨런 그린스펀(Greenspan)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5월 15일 미국의 명문 MBA과정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와튼스쿨에서 축사를 했다. “열심히 일하라. 그리고 저축하고 부자가 돼라. 그리고 나도 그렇게 했다. 그러나 다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하나의 원칙은 어떻게 하는가이다. ‘착한 사람은 항상 꼴찌이다(Nice guys finish last.)’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력에서의 진정한 척도는 만족이다. 자만심이 아니다. 우리의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신뢰 위에서, 개인의 공정한 관계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코노믹리뷰 / 이경호 기자 2005-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