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보다 먼저 읽어야할 고구려의 역사

반만년 유구한 역사 속에 우리나라를 빛낸 위인들은 너무나 많다.

그 중 가장 위대한 인물은 꼽으라면 과연 누구일까?

작가 김진명은 이런 생각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후보에 남은 인물로 을지문덕을 꼽았다. 그를 꼽은 이유는 그가 인품이 출중하거나 인격이 훌륭해서가 아니다. 이유는 단 하나, 그가 전투병만 113만 궤운자까지 하면 실로 3백만에 가까운 역사상 최대의 병력이 동원된 중국 침공군을 완전히 궤멸시켰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005년 6월 29일자 신문에서도 '고구려는 중국 고대 소수민족 정권'이라는 보도를 하며 다시 한번 중국의 역사 왜곡은 현재진행형임을 인지시켰다. 이런 중국의 노골적으로 진행되는 동북공정 이때 작가 김진명은 한민족 역사 이래 최고의 영웅이면서도 남아 있는 자료가 빈약하여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영웅 을지문덕과 살수대첩을 소재로 한 신작 『살수』를 내놓았다.

을지문덕과 살수대첩의 비밀을 풀다

'살수대첩' 당시 양광이 이끌었던 수나라의 고구려 정벌 군대는 전투병력 120만에 운송, 병참 부대까지 포함하여 300만이라고 전해진다. 이 정도면 단일국가 전쟁 중에서는 최대의 병력이 동원된 전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고구려의 군세는 16만 정도. 수나라에 비하면 20배 정도나 적은 군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나라와 고구려의 전쟁은 을지문덕이 이끄는 고구려의 승리로 끝이 났으며 수나라 군사들 중 30만은 지금의 청천강-즉 '살수'를 건너다 물에 빠져 죽었다. 말이 쉬워 30만이지 어찌 그 많은 병사들을 한꺼번에 강에 빠뜨릴 수 있단 말인가?

이 책은 우리측에 남아 있는 자료가 빈약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미궁 속으로 빠져있는 고구려사 속 '살수대첩'에 얽힌 의문과 한민족 역사 이래 최고의 영웅이면서도 남아 있는 자료가 빈약하여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영웅 을지문덕에 관한 의문들을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근거하여 복원시켜 낱낱이 풀어 보여줌으로써 역사보다 더 사실적으로 실재에 접근해간다.

신작 소설 『살수』는 작가 김진명에게 있어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그간 작품들 속에서 그는 역사적인 중대 사건들을 주요 소재로 삼되 현대적인 관점에서 사건에 얽힌 음모들을 풀어나갔지만, 이번 작품 『살수』의 경우에는 완전히 다르다. 일단 그 시대가 고구려로 훌쩍 거슬러 올라간데다, 지금까지의 구도와는 달리 그야말로 본격적인 역사소설의 모양새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거대한 수나라에 맞서 싸운 고구려인의 웅혼한 정기와 지략을 보여준 영웅 을지문덕을 통해 '동북공정'에 의한 중국 정부 차원의 한반도 역사 왜곡에 대해 당당히 맞서면서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사대주의를 타파하려는 작가의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그는 사라지거나 날조된 한국사의 감춰진 영웅들을 소설의 울타리 속으로 견고히 끌어들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나갈 것이며, 아울러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에 맞설 수 있을만한 작품들을 집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 밝혔다.

"이번 여름, 동북공정의 한가운데서 『삼국지』를 읽을 것이냐, 을지문덕을 읽을 것이냐를 나는 묻고자 한다" -저자 서문 중에서.

■ 저자소개 : 김진명

신인 작가 시절 없이 단번에 밀리언셀러로 데뷔한, 진기한 기록의 작가다. 1993년, 북핵 위기 속에 집필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450여 만 부 이상 판매되어 첫번째 작품으로 이미 대한민국 출판 역사상 보기 드문 초대형 작가가 되었다.

'김진명의 소설은 역사 그 자체다'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당대의 첨예한 문제들을 치밀하게 파고들어 현실보다 더 짜릿한 가상현실을 구현한 후, 숨막힐 정도의 재미를 부여한다. 최근 김진명씨는 북한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남한 작가로 선정되어 화제에 오른 바 있다.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작품으로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외에 『가즈오의 나라』 『하늘이여 땅이여』 『한반도』 『코리아 닷컴』 『황태자비 납치사건』 『바이 코리아』 『제3의 시나리오』 등이 있다.

(중앙일보 2005-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