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000m 관측시설서 ‘중성미자’ 검출 성공…자구내부 비밀 풀 열쇠 찾았다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로 불리는 중성미자(뉴트리노)가 처음으로 지구 내부에서 검출됐다.

일본 도호쿠대학과 미국,중국,프랑스 학자 87명으로 이뤄진 4개국 공동연구진은 지구 내부의 우라늄 핵 분열시 나오는 지구뉴트리노를 검출하는데 성공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28일 보도했다.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을 것으로 평가되는 이 연구성과는 이날자 과학잡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일본 기후현 지하 1000m 지점에 설치된 중성미자 관측시설 ‘캠랜드’에서 2002년 1월부터 관측을 시작,2004년 10월까지 이 곳에서 관측된 152개의 저에너지 뉴트리노 가운데 지구 내부에서 방출된 것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중 신뢰도가 높은 것은 5∼54개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우주로부터 오는 중성미자를 관찰하는 도쿄대의 관측시설에 비해 100배 정도 밝게 빛나는 특수기름 1000m을 사용해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뉴트리노를 얻을 수 있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빅뱅 직후 우주 현상을 규명하는 열쇠로 꼽히는 뉴트리노는 화산활동이나 대륙이동을 일으키는 지구 내부의 에너지원에서 나오는 소립자로 핵융합이나 원자로의 핵분열시 가장 많이 방출되나 다른 물질과는 거의 반응하지 않고 지구조차 투과하기 때문에 관측이 어렵다.

지구의 지각과 맨틀은 우라늄과 토륨이 분열하면서 다른 물질로 바뀔 때 나오는 열로 온도가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때 뉴트리노도 방출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알려졌으나 기존의 관측시설에서는 검출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세계 각지에서 이 같은 관측에 나설 경우 지구 내부 열원의 양과 분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학자들은 “지구뉴트리노 검출로 지구내부가 과거 46억년 동안 어떻게 진화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며 “이번 연구성과는 과학사에 남을 대단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캠랜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뉴트리노의 성질을 규명하는 성과를 잇달아 내놓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30여년간 물리학의 숙제로 남아있던 태양 뉴트리노 문제의 해결이다. 연구진은 2002년 12월 캠랜드의 자료를 활용해 태양 내부의 핵융합 반응으로 발생하는 뉴트리노가 지구에 도달할 때 반으로 줄어드는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놨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질량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뉴트리노가 질량을 갖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국민일보 / 이흥우 기자 2005-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