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자원 블랙홀` 중국의 고민

세계의 에너지와 자원을 집어 삼키고 있는 '블랙홀'. 바로 중국을 일컫는 비아냥거림이다.

1억2272만톤의 원유를 수입해 집어 삼키는 세계 2위의 석유 소비국. 지구상에서 나오는 석탄의 31%와 철강의 29%, 시멘트의 45%를 소비하는 나라. 그래서 최근의 국제 원유가격와 원자재 가격 폭등의 주범으로 손가락질을 받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이 `친환경, 저소비, 고부가`를 모토로 내걸고 국가차원에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중국 사회는 최근 수개월간 각계 각층을 막론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사회를 건설하자`는 물결로 뒤덮여 있다. 지난 달 열린 제23차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집체연구에서 중국 정부의 고위관계자들은 국제 에너지, 자원 상황과 중국의 에너지 자원 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특히 6월30일 원자바오 총리가 고효율 사회 건설을 역설한 후에는 이 문제가 주요 화두로 다뤄지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대외경제연구소의 장옌성 소장은 "이는 중국이 선진국가들이 산업화를 진행하면서 취했던 방식, 즉 대규모 투자와, 막대한 에너지 소비, 심각한 오염을 대동하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중국은 세계 경제의 4%의 GDP를 생산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은 에너지와 자원 소비에 높은 의존성을 보였다. 세계 31%의 석탄과, 29%의 철강, 8%의 원유와 45%의 시멘트가 중국으로 흘러들어가 사라졌다. 중국은 또 세계에서 구리와 망간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이기도 하며 수입 원유 의존도가 이미 50%에 가까운 상황이다.

원 총리는 수입 자원의 높은 의존도가 거대한 자본의 소모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국제시장에서의 수급조건을 악화해 경제·정치·국제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고효율 사회 건설에 속도를 붙이는 것, 즉 중국의 대외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중국의 경제 안보와 나아가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는데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이처럼 에너지 문제로 고민에 빠진 것은 경제적인 부담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적잖은 압박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중국해양석유(CNOOC)의 미국 유노칼 인수협상 과정에서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예상치 못했던 정치적 장벽에 부딪치기도 했다. 또 중국의 철강업계는 지난 봄 철광석 수입가격의 71.5%나 인상되는 시련을 겪었다. 몇몇 서구 언론들은 중국의 경제 성장이 세계의 석유와 원자재를 다 집어 삼킨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신화통신은 에너지자원에 대한 막대한 수요로 이웃 국가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아온 중국의 변화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장 소장은 "`고부가가치, 자원의 저소비, 친환경`의 에너지 효율적 경제구조 밖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하며 "그것이 바로 중국의 `화평굴기`(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에 걸맞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후진타오의 외교노선)"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 윤도진 기자 2005-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