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빚부터 갚아 환차손 피하자"

위안화 절상이후 중국진출 한국기업 가보니…

지난 24일 오전 8시. 일요일 아침이지만 한국타이어 중국본부 서학동 지점장은공장에서 분주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21일 전격 결정된 위안화 평가절상 때문에 주말을 이용해 환헤징(외환거래에동반하는 위험회피 수단)을 준비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서 지점장은 "위안화 2% 절상은 예상보다 작은 폭이었지만 연내 10%까지 추가절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준비중"이라며 "위안화 가치가 2%만 올라도 연간 600만달러(약 60억원) 정도 매출액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과 석유화학, 컴퓨터 부품 등 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부품ㆍ소재 기업들은 위안화 절상에 따라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환위험을 피하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위안화가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위안화 대출 모두 상환, 달러로 거래=그 동안 달러화를 위주로 환헤징을해왔던 중국 내 우리 기업들이 위안화 헤지를 시작했다.

가장 최선의 헤징 방법은 자산은 위안화로 가져가고 부채는 달러화로 보유하는것이다. 인상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위안화로 자산을 갖고 있으면 그만큼 환차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약세가 예상되는 달러로 빚을 지면 그만큼 갚을 돈이 줄어드는 셈이다.

한국타이어 서학동 지점장은 "일단 은행 대출 중 위안화로 이뤄졌던 것은 모두상환하고 달러 대출로 바꿨다"며 "달러로 지급해야 할 돈도 우선순위를 최대한미뤄놨다"고 밝혔다.

위안화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면 달러는 약세기조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타이어 생산에 필요한 대부분의 원재료 거래는 무역결제 어음에 해당하는 유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몇 개월 동안 결제를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유전스 거래가 3개월 위주로 이뤄지는 반면 6개월까지 지급기한을 최대한늦췄다는 것이 서 지점장의 말이다.

한국타이어는 또 위안화 인상분을 감안해 상하이 인근 공장에서 생산되는 타이어의 해외 판매 가격을 7~8%가량 올렸다.

김영주 LG전자 중국 상하이 현지법인 부장도 "일단 중국 내 업무의 결제자금을대부분 달러 베이스로 바꿔놨다"며 "현재 물건가격이 100원이라면 95원이 달러로 만들어진 것이고, 나머지 5원 정도가 위안화의 직접 영향을 받는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 평가절상 반사익도=중국 내 자재 무역 업무를 담당하는 삼성물산 상하이법인은 평가절상 이후 오히려 환차익을 봤다.

이덕근 삼성물산 상하이 현지법인 차장은 "철강제품 등은 중국 제품을 쓸 수없어 우리나라 포스코 등에서 들여오고 있는데 위안화가치가 높아지면서 오히려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며 "특히 달러 기준의 수출입 신용장을 위주로 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상당부분 환차익이 있었다"고 밝혔다.

현지 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 10년 동안 상하이에서 영업을 해온 우리은행 상하이지점 박영봉 지점장은"은행의 경우 위안화로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본국으로 송금하는 식의 영업을하고 있는데 위안화 평가절상이 되면서 서울에 송금할 수 있는 이자가 늘어났다"며 "보유하고 있던 위안화 자산 1억5000만달러(달러기준)도 평가절상 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

◆ 저가 중소제조사, 공장이전도 검토=중국 현지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은 이처럼 다양한 환헤징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특히 중국의 저임금 시장을 보고 공장을 이전한 장난감ㆍ신발ㆍ봉제업체들은타격이 상당하다는 게 현지 반응이다.

선전에서 장난감 공장 ''피안피안 펫''을 경영하고 있는 김인수 총경리는 "중국화둥지역에 들어와 있는 한국 기업들이 대부분 장난감, 스포츠용품, 소형 가전, 봉제용품 등을 제조하는 저가형 제조업체들인데 위안화 평가절상은 큰 손실"이라며 "향후 위안화가 10%까지 오른다고 하니 공장이전을 검토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미국 월마트를 비롯한 각종 소매점으로 로봇완구 등을 납품하는 김 총경리는 "원가가 10위안도 채 안 되는 장난감 가격이 10% 오른다면 소매점에서 베트남산을 사지 중국산을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유광호 신한은행 상하이지점장은 한계기업들이 중국 사업을 정리하는 이유 중하나로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지점장은 "신발ㆍ봉제공장 등 초기에 중국으로 건너온 우리나라 기업 중 상당수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로 공장을 이전해 가고 있다"며 "인건비도 오르고 대기업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도 힘든데 위안화까지 올라 가격 메리트마저 없어지면 이 같은 현상은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 한예경 기자 2005-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