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네 역사라고 우길땐 언제고… 중국, 고구려 유적 방치

세계문화유산에 오르자 나몰라라
궁전터·장군총등 유실·훼손 심각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 환도산성 궁전터 등 고구려유적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최근 이곳을 둘러본 국내 학자들은 “중국이 고구려사를 중국 지방정권사로 축소시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따라 고구려 유적을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킨 이후, 사실상 고구려유적 보존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풀만 무성한 환도산성 궁전터

지난 11일 오전 지안시 환도산성(서기 198년 축조. 209년 도읍이 됨) 고구려 궁전터. 비스듬한 경사를 이룬 곳에 형성된 궁전터에는 유구(遺構·건축물 등의 남은 흔적) 주변으로 잡풀만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최근 내린 비 때문에 유구 주변의 흙은 군데군데 파이고 유실된 상태였고, 초석(礎石·건축물의 기초를 이루는 돌)도 발굴 직후와 비교했을 때 정연함이 많이 훼손된 상태였다.

국내 전문가들은 비탈진 곳에 형성된 유구 보존을 위해 ▲주변에 잔디를 심든지 ▲유구에 보호각을 씌우든지 ▲유구 위로 흙을 되덮어서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환도산성 관리인은 그러나 “발굴 직후 모습대로 관람객에게 보여주고 있다”고만 답했다.

환도산성 궁전터는 환도산성 내부 산비탈에 돌을 쌓아 3단으로 내부를 구획해 축조한 유적. 2002년 발굴을 통해 전체 2500여평의 규모에, 대칭으로 만든 8각형 건물(제사 등이 열렸던 장소로 추정) 두 채 등 대형 건물터가 여러 동 발굴됐다.

◆도굴 구멍 노출한 산성자(山城子)고분

환도산성 동남부의 이 고분은 고구려 지배계층 무덤 1580여개가 모인 곳이다. 그러나 도굴 구멍이 그대로 노출되거나, 무덤 입구를 막는 돌이 없어지기도 했다. 봉분 주변의 돌이 흘러내려 무덤인지, 돌무더기인지 모를 고분도 종종 눈에 띄었다. 관리인은 전혀 없었으며, 아무나 시신을 안치한 무덤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장군총의 수난

장수왕(재위 413~491년)의 능으로 추정되는 장군총 무덤 내부 관대(棺臺·관을 얹도록 마련한 것) 두 개는 현재 알루미늄과 보호유리로 덮여 있다. 관대는 최소한 10여 조각으로 깨진 상태고, 일부 조각은 없어져 버렸다. 중국 당국은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앞두고 장군총 관대를 ‘원래 상태’대로 복원한다며 조각난 관대를 붙인 시멘트를 제거한 뒤 보호시설을 만들었지만, 시멘트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훼손이 없었는지는 알 수 없다. 장군총 북면 하단 석축도 여기저기 깨져 있고, 가운데 부분이 꺼지는 뒤틀림이 진행되고 있다.

◆대책은?

국내 관계자들은 “중국이 자국의 세계문화유산을 보호하려는 자세가 우선 필요하다”며 “그러나 고구려사를 변방의 소수민족사로만 여기며 ‘영토를 지키겠다’는 차원에서 우선 접근하는 태도로 비춰볼 때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고고학자들은 “중국측의 민족정서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유네스코나 한국의 지원을 바탕으로 보존책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 신형준 기자 2005-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