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70% "삼성 비판할 때 부담된다"

언론인의 70.4%가 삼성에 비판적인 기사를 기획하거나 보도할 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기사가 축소되거나 삭제되는 것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기자들도 74.5%나 됐다.

이는 KBS <추적60분> 제작진이 지난 15일부터 25일까지 225명의 언론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이다. 응답자들은 '삼성으로부터 비판적 기사에 대한 로비나 압력을 받은 적 있는가'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기자 70% "삼성 비판할 때 부담", 75% "기사 축소·삭제 경험"

제작진은 다음달 3일 방영될 '삼성 공화국을 말한다' 편을 통해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상세하게 공개한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비판할 때 부담을 느낀다'고 대답한 기자 중 38.9%가 '삼성측의 로비', 28.8%가 '광고에 대한 압력'을 이유로 들어 기자들이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줬다. '삼성공화국' 논란에 대해서는 90.5%가 '이유 있는 비판'이라고 밝혔다.

또 삼성에 직접 취업한 인사, 고문, 사외이사 및 재단이사 270여명의 인적 네트워크를 분석한 내용도 방영될 예정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현재 삼성에는 관료, 법조계, 언론계 츨신 인사들이 192명이나 포진해 있다는 것.

특히 법조계 인사들의 움직임이 주목 대상이다. 직접 취업한 인사 28명(고문 포함), 사외이사 16명(감사 포함), 재단이사 14명(감사 포함) 등 모두 59명의 법조계 출신 인사들이 삼성에 영입됐다.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을 지낸 이모씨, 서울지검 특수 1부장 출신 서모씨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 이번 조사에서 재정경제부, 통상산업부,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기구 출신으로 삼성에 취업한 공직자들도 101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에서 전화 못 받으면 무능한 법조인"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법조인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생겼는데 그것은 삼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느냐 여부"라며 "삼성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사람은 일명 '잘 나가는' 판사, 검사, 변호사지만 그 리스트 안에 들지 못하면 별볼일없는 식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삼성의 위법행위를 모니터하는 행정감독기구 출신과 검찰, 법원 등 사법기구 고위공직자들의 삼성행이 두드러졌다"면서 "삼성그룹의 고위 공직자 10명 중 8명은 금융감독기구나 사법기구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 / 강이종행 기자 2005-7-29)

[경향의 눈] 한국 언론은 죽었는가

과거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내용이 폭로되자 놀라는 사람이 많다. 중앙일보 사주이기도 한 홍석현 주미대사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그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는 반응들이다. 정말 그렇게 몰랐을까. 삼성이 노태우 대통령에게 2백50억원을 준 일이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처럼 들린다면 잊어도 좋다. 그러나 삼성이 대통령 후보에게 3백85억원을 제공한 전모가 드러난 것은 바로 1년 전의 일이다. 홍대사가 199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건희 회장의 정치자금 배달부였다는 사실도 이미 1999년 12월 천용택 국가정보원장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그런데 세상은 전혀 새로운 사건을 목격한 것처럼 요란하다. 정권·여야·언론 모두 이런 일 처음 당해본다는 식이다. 그러나 그들 모두 이 사건에 책임이 있다. 검찰은 그동안 이회장을 딱 한번 불러 조사하고 끝냈다. ‘천용택 발언’ 때 검찰은 침묵했다. 국정원은 전모를 알고도 묻어두었다. 테이프의 내막을 아는 의원은 모른 척했다. 삼성의 떡값 리스트에 오른 검찰 간부들은 아무 것도 몰랐을까. 노무현 대통령은 정략적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홍씨를 주미대사로 발탁, 이 사건 충격의 강도를 높여놓았다. 각자 제 역할을 다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마치 아무 것도 몰랐었다는 표정은 짓지 말아야 한다.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운가-

그러나 지금 언론인으로서 남 탓한다는 게 너무 부끄럽다. 언론은 이 사건의 주동자, 공모자이거나 방관자였기 때문이다. 언론이 재벌의 불법과 비리를 견제하고 감시했다면,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회장이 눈곱만한 지분으로 삼성을 지배하고 그 삼성이 이 나라를 지배하는 ‘삼성공화국’이라는 ‘이상한 나라’는 건국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한국인이 삼성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떡값을 받든, 정치자금을 받든, 삼성 하청을 하든, 삼성제품을 쓰든, 삼성광고를 보든 삼성에서 해방될 길은 없다.

삼성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삼성을 사랑해 버리기로 한 것일까. 언론은 삼성만큼 커다란 ‘삼성문제’를 눈감아왔다. 삼성 및 권력과 한 몸이었던 중앙일보를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다. 서툰 변명문을 내놓고는 ‘다 불면 너도 다친다’는 조폭 수준의 역공을 펴는 이 신문의 한계를 따로 언급할 가치도 없다. 다만, 새 각오라며 하는 말이 “권력에 대한 비판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였다는 것은 따져볼 일이다. 지금 언론 자유의 위기는 권력을 비판할 수 없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삼성으로 대표되는 대자본의 권력에 언론이 포로가 되고, 나아가 한편이 되어 버리는 ‘스톡홀름 증후군’이 오늘 언론 위기의 본질이다. 그런데 재벌 감시 약속은 못하고 ‘권력비판 다짐’이라니 이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물론 다른 족벌언론도 오십보 백보이다. 그렇다고 독립언론, 중립언론이 삼성문제를 올바로 보도한 것도 아니다. 생존의 기로에 있는 이 언론들은 삼성이 던져주는 한 푼이 더 아쉬웠을 것이다. 신문이 이렇다면, 공영방송은 나았을까. 문화방송은 도청 테이프를 입수하고도 방송을 못했다. 언론민주화에 헌신해왔던 최문순 문화방송 사장이라면, 삼성의 협박쯤은 코웃음칠 줄 알았는데 그도 우물쭈물하다 첫 보도를 망쳐버렸다. KBS는 종잡지를 못한다. 문화방송이 다시 용기를 낸 것은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언론이 삼성 눈치 보느라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건희회장 비리 추적해야-

언론은 이제 이 문제를 ‘문화방송 대 삼성의 게임’으로 치부하고 구경꾼으로 물러서 있을 태세이다. 그렇지 않다면 백배사죄해도 시원찮을 삼성이 언론 전체를 상대로 저렇게 기고만장하게 나오지는 못할 것이다. 저들은 권력찬탈 시도를 사생활이라고 우기며 개인 명예를 지킨다고 총력전인데 땅에 떨어진 언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누가 나설 것인가. 무지막지한 권력과 목숨 걸고 싸웠던 올곧은 언론의 전통은 어디로 사라졌나. 한국언론이 삼성홍보팀이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이건희 회장의 비리를 추적해야 한다. 저 폭주하는 대자본의 고삐를 틀어쥐어야 한다.

(경향신문 / 이대근 논설위원 2005-7-25)

삼성 신화는 아직 멀었다

"삼성 신화는 이제 시작이다. 가야 할 길은 멀고 고쳐야 할 부분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은 단 소리뿐 아니라 쓴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며, 끊임없이 자기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한다."

삼성에 19년 간 몸 담았던 전직 삼성맨이 삼성이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이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초일류 기업으로 우뚝 서기를 바라면서 삼성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한 책을 펴냈다.

삼성전자 전략마케팅 그룹장을 지내다가 2003년 8월 직장생활을 훌훌 털어버리고 현재는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김병윤(글로벌 마케팅 & 경영 컨설팅 대표) 씨가 내놓은 '삼성신화 아직 멀었다'(한림원)가 그것.

저자는 책에서 직원들의 입장에서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을 다른 각도에서 그리며 정리해 본다.

저자는 삼성조직의 문제점으로 먼저 계열사 사장단 간의 원활한 순환근무가 단절됨으로써 조직의 유연성과 활력이 눈에 띄게 경직된 점을 꼽는다. 그룹 내의 계열사 사이에도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 결과 조직 구성원들간의 동질성이 희미해지고, 우수한 인적 자원들의 효율적 교류도 덩달아 어려워지게 됐다고 지적한다.

또한 미국식 경영방식을 추종하며 단기 실적주의와 성과급제를 고집하다 보니, '서로 나누어 갖자'는 우리 민족 고유의 두레정신과 상부상조의 미풍이 자취를 감추고,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여기는 한탄스런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특히 가신그룹의 문제는 이병철 회장 시절보다 오히려 더욱더 불거지고 있고, 그 심각성도 높아져 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삼성의 일원으로서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도, 잘못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자기 보신만 꾀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자기 보신을 위해서는 스스럼없이 거짓말을 일삼고, 다른 사람들이 잘 될까 시샘하여 정보를 꼭 틀어쥔 채 내놓지 않으며, 심지어 자기에게 불리하다 싶은 정보는 감추기에 급급하고, 이러한 정보를 가치 없이 파기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저자는 "삼성에는 개인과 부서 이기주의, 권위주의, 획일적-타율적 사고, 도덕불감증, 무사안일주의 등 아직도 청산해야 할 과거의 유산이 남아 있고,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며 "삼성이 진정한 신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이런 내부적 불안요소들을 확실하게 척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20쪽. 9천800원.

(연합뉴스 / 서한기 기자 2005-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