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외교 아직은 우뚝 일어설때 아니다"<전직 외교관>

중국은 아직 국제 무대에서 전면적으로 큰 소리를 낼 때가 아니고 `칼날을 숨기고 때를 기다린다'' 뜻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학자에 의해 제기됐다.

중국 외교학원 우젠민(吳建民) 원장은 24일 전국청년연맹전체위원회 회의에서 행한 강연에서 덩샤오핑(鄧小平)이 주창한 도광양회는 이미 흘러간 과거의 정책이라는 국내 언론의 시각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하고 도광양회는 최소한 100년간은 지속되야 한다는 덩샤오핑의 말을 상기시켰다고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사가 보도했다.

주프랑스 대사를 지낸 우 원장은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 겸 국가 주석이 이끄는 제4세대 지도부의 외교 정책으로 자리잡은 `평화 굴기(和平굴<山+屈>起:평화롭게 우뚝 일어선다)''가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도광양회를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원장은 중국 외교는 도광양회 방침으로 숨만 죽이고 있어서는 안되고 `문제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개입해 푼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를 병행, 양대 기본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중국은 번영과 통일을 이룩하고 나서야 비로소 평화 굴기가 실현된다고 말하고 앞으로 20년이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우 원장은 한 국가가 평화 굴기를 내세울때는 편협한 민족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청년들에게 애국주의 열정과 함께 더블 윈과 우호 증진을 앞세운 국제주의 정신을 함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 원장의 이 발언은 미국이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 위협론을 거론하는등 중국의 급성장에 대한 국제적인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와 주목되고 있다.

이는 또 중국 지도부의 외교 전략 변화를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은 덩샤오핑이 도광양회를 외교 정책으로 내건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통치 시절에는 이를 충실히 지키면서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 국제질서의 안정 속에 경제 급성장이라는 실리를 챙겼다.

중국은 그러나 제4세대 지도부 들어 중앙당교(黨校) 부교장 출신인 정비젠(鄭必堅)이 2003년 10월 하이난(海南)성 보아오(博鰲) 포럼에서 첫 거론한 `평화 굴기''가 외교 전면에 등장했다.

중국의 외교 노선은 전략상의 변화를 겪어왔지만 `구동존이(求同存異:이견은 일단 미뤄두고 의견을 같이하는 분야부터 협력한다)''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융통성을 보이는 현실.실용 주의 대 원칙은 변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 조성대 특파원 2005-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