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상] 왜 지금 올렸나

중국 인민은행이 전격적으로 단행한 고정환율제 폐기에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은 그동안 급증하는 대중 무역적자가 중국의 고정환율제도 탓이라며 줄기차게 개선을 요구해 왔다.

중국 측은 그러나 그럴 때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거부해 왔다. 그러나 중국 관리들이 줄기차게 '8월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줄곧 위안화 절상 계획이 없다고 강조하던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지난 4월 24일 "위안화 절상 압력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5월 11일 우샤오링 부행장은 "위안화 절상과 관련한 기술적 준비는 완료됐다"고 선언했다.

이런 발언 뒤 5월 11일 인민일보는 위안화 절상을 단독보도했다. 시장이 출렁거리자 중국 정부는 즉각 이를 오보라고 해명했다. 이를 놓고 국제금융시장은 중국 정부가 당시 한 차례 위안화 절상 반응을 떠본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좀체 결단을 내리지 않자 미국은 지난 5월 중순 환율보고서를 내면서 반년 만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미국 의회는 마지막 수단으로 중국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법안을 들이밀었다.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을 경우 중국 수입품에 대해 27.5%의 보복관세를 물리는 법안이었다.

하지만 존 스노 미 재무장관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상원의원들을 설득시켜 이 법안에 대한 표결은 연말까지 연기됐다. 중국이 스스로 결단을 내릴 마지막 기회가 제공된 것이다. 더 이상 버티기 어렵게 되자 이달 초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에 참석한 후진타오 주석은 "중국이 세계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효율적인 통화정책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환율제도 변경을 시사했다. 9월 미국 방문을 앞둔 그로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이 문제를 어쨌든 끝내는 게 미.중 관계에도 긍정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부적으로도 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이 높았다. 세계의 공장 중국으로 달러화가 몰려들면서 6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세계 최고인 7110억 달러에 달했다. 넘치는 달러를 주체하지 못할 정도여서 수입물가가 크게 떨어지고 경기 과열과 물가 불안을 자극했다.

그러나 환차익을 노린 투기자금에 대한 우려 등 부작용을 우려한 중국 정부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도 D데이를 심사숙고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위안화 절상을 노린 서방의 투기자금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올 초 중국 내 외국계 은행의 대출한도를 제한하며 절상 여건을 세밀하게 정비했다.

앞으로 위안화는 추가 절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제금융계의 관측이다. 미국이 요구한 10%에 크게 못 미치는 데다 중국 경제가 5% 안팎의 절상은 충분히 견딜 것으로 예측돼 왔기 때문이다. 일본 닛케이 비즈니스는 "연내 위안화 절상폭이 5~10% 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과도기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환율제도 변경 일지

▶1979년 이중환율제 실시(외국인 투자에 공식 환율, 무역에 위안화 가치를 낮게 평가한 내부결제환율 적용)

▶1985년 내부결제환율 폐지, 환율 단일화

▶1987년 이중 환율제로 복귀

▶1994년 고정환율제 채택, 달러당 8.27~8.28 위안에서 고정(페그제)

▶2004년

-2.16 다니가키 사다카즈 일본 재무장관 "중국 위안화 가치는 경제를 반영해야 할 것"

-6.24 IMF "중국은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의 페그제를 완화해야"

-10.2 존 스노 미 재무장관 "중국 고정환율제 빨리 폐지돼야"

▶2005년

-2.4 미 상원, 중국에 위안화 평가절상 시한 제시 후 불응 때 27.5% 보복관세법안 발의 경고

-5.11 인민일보 인터넷판 "위안화 절상" 오보 소동

-5.16 원자바오 중국 총리 "중국의 환율 개혁은 중국의 상황과 능력에 따라 추진하되 외부 압력에는 굴복하지 않을 것"

-5.18 홍콩 금융관리국, 홍콩 달러를 미 달러에 고정하는 페그제 22년 만에 폐지

-5.24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중국을 방문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중국에 10% 위안화 절상 요구" 보도

-6.30 존 스노 미 재무장관 "중국이 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절상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7.20 로드리고 라토 IMF 총재 "중국은 유연한 환율정책의 이행을 준비 중"

-7.21 인민은행, 환율제도 변경 공식 발표

(중앙일보 / 심상복.김동호 기자 2005-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