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중국 종속 완화 기대

북한이 '유색금속'(비철금속) 분야의 주력 품목으로 중시하는 아연의 2004년 중국 수출은 2002년보다 100배 가까이 늘었다. 철강.원목 같은 원자재들의 대중 수출도 급증했다. 같은 기간 북한이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원유 등 에너지원과 돼지고기 등 육류. 북한이 에너지.식량을 중국에 의존하면서 천연자원을 내주는 셈이다.

정부가 북한에 200만㎾를 송전하면 북한 경제의 '중국 종속'이 완화될 수 있을까. 관계 전문가들은 17일 "대북 송전을 한다고 북한 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갑자기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높아지는 북한의 대 중국 교역 비중=3월 5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 국제회의전람센터 8층에 중국 정부.기업 관계자 200여 명이 모였다. 북한 당국의 평양국제상품전람회(지난 5월 개최) 설명을 듣기 위해서였다. KOTRA 동북아팀 윤정혁 과장은 "최근 들어 중국에서 북한 투자 관련 행사나 사업 협정 체결 보도가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대 중국 교역액은 13억 달러로 전체 교역액 35억 달러의 39%를 차지했다. 1990년 10%였던 비중이 네 배 가까이 높아졌다. 90년만 해도 북한 교역의 절반 이상(55%)은 소련 몫이었다. 그러나 소련이 무너진 뒤 북한의 대외무역 구도가 급변했다. 한동안 소련의 빈 자리를 중국과 일본이 나눠가졌다. 그러나 북.일 관계가 나빠지면서 중국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졌다. 핵 위기로 국제사회의 지원이 줄어들면서 북한은 에너지.식량 수입을 절대적으로 중국에 기대야 하는 형편이 됐다. 특히 대중 수출액의 55%가 세관만 통과해 제3국으로 가는 보세수출이어서 중국이 북한 수출의 창구 역할까지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 남한 목소리 커질까=우리 정부가 200만㎾ 송전을 시작하면 이런 구도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미 남한은 2002년부터 일본을 제치고 북한의 제2위 교역 대상이 됐다. 중국은 자국의 전력도 부족해 2010년까지 에너지 소비량의 40%를 줄일 계획을 세운 상태다.

당국은 9~12일 서울에서 열린 남북경제협력추진위 10차 회의에서 북측이 남한에 광공업 부문 협력을 제의한 사실에 주목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서 자원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교역 대상에서 남한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정부는 중대 제안, 즉 대북 송전계획을 미국 측에 설명하면서 북한의 대 중국 경제 예속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고, 미국 측은 이를 의미 있게 받아들였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세종연구소 김성철 연구위원은 "일본 역시 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돼 북한과의 교역을 정상화할 경우 중국보다 남한을 매개로 협상하는 방식을 선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일보 / 강주안.서승욱 기자 2005-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