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밀봉된 벽화고분' 1점 최초 공개

▲ 고구려연구재단은 지난해 5월 발해시대의 염주로 일본과 신라로 가는 교통의 요지였던 크라스키노(Kraskino) 성터를 발굴 조사했다.
사진은 카라스키노 기와벽실유구. ⓒ2005 고구려연구재단

해방 50년만에 남북이 처음으로 평양 일대의 고구려 유적을 학술 목적으로 공동조사하며, 이 과정에서 북한은 그동안 단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밀봉된 벽화고분' 1점을 남한의 학자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해방 50주년만에 고구려유적 첫 남북 공동조사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은 15일 서울 프라자호텔의 한 레스토랑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19일부터 30일까지 11박12일간 북한의 고고학자·역사학자들과 함께 평양 일대의 고구려 유적을 공동 학술조사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남북의 고고학·역사학자들이 러시아에서 열린 '고조선·고구려·발해에 관한 국제학술회의'에서 '고구려 유적 공동 학술조사'에 합의한 뒤 5개월만에 본격적인 조사활동이 이뤄지게 됐다.

이번 학술조사를 주관하는 고구려연구재단은 북한의 사회과학원, 유물보존지도국과 함께 평양 일대의 고구려 유적을 발굴, 조사한다.

조사대상으로는 ▲강서대묘 ▲강서중묘 ▲덕흥리 무덤 ▲수산리 무덤 ▲진파리 무덤 ▲평양성과 주변 유적 ▲대성산성과 주변 유적 ▲동명왕릉 ▲정릉사 ▲법운암 등 총 10가지 유물유적을 선정했다. 이번 연구를 위해 남과 북에서 각각 10명 내외로 총 20명의 연구진이 결합한다.

강서대묘와 진파리 무덤은 어떤 곳?

이번 조사대상의 집중 탐구대상은 강서대묘와 진파리 무덤이다.

7세기 고구려 고분인 강서대묘는 북한의 남포시 강서구 삼묘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구려 벽화무덤을 대표하는 유적의 하나이다. 이뿐 아니라 당시 동방사신미술을 대표하는 걸작품이다.

평양시 력포구역 룡산리에 자리한 진파리 무덤은 북한 국가지정 문화재 국보급이다. 진파리 제1호 무덤과 제4호 무덤은 각각 6세기 전후반 고구려 벽화무덤이다.

특히 진파리 1호에는 사신도(四神圖)와 함께 소나무가 그려져 있어 우리나라 최초의 산수화로 꼽힌다.

평양성과 대성산성 들어가 직접 실측

김정배 고구려연구재단 이사장은 "이번 조사는 광복 후 처음 이뤄지는 남북 학계 최초의 공동 학술조사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조사활동을 계기로 향후 새로운 남북 학술교류가 시작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평양 일대 고구려 유적에 대한 학술조사는 연구자들이 직접 고분과 벽화 안에 들어가 실측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 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밀봉된 벽화고분' 1점도 공개된다.

대성산성과 평양성 조사를 위해서는 최첨단 측량장비와 고도·경사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측정장치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최광식 고려대 박물관장은 "많은 학자들이 평양·개성을 방문했지만 그저 눈으로 보고 오는 것뿐이었다"며 "직접 성 안에 들어가 실측에 나서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고구려 유적에 대한 학술적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러, 연해주 대표적 유적지 키라스키노 발굴

 
 
▲ 크라스키노 머리핀 편.
ⓒ2005 고구려연구재단
이밖에도 고구려연구재단은 오는 8월 러시아 극동기술대학교 소속 발해연구자들과 함께 연해주 지역의 발해유적에 대한 공동발굴조사를 실시한다.

오는 8월 5일부터 31일까지 약 4주간 진행되는 발굴기간의 조사대상은 연해주의 크라스키노 성터 유적지다. 키라스키노 유적지는 발해의 고구려 계승성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연해주지역의 대표적인 유적지로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고구려연구재단이 지난해 발굴과정에서 채취한 기와벽실 유구의 목탄을 분석한 결과 발해가 해동성국으로 칭송되던 AD 840년 최전성기에 해당되는 것임이 확인돼 발해사 연구에서 이 지역의 중요성이 상기된 바 있다.

한편, 김정배 이사장은 이번 평양 일대 고구려 유적 공동조사를 위해 지난 1월 초순부터 북경, 금강산, 개성을 돌며 북한 사회과학원 등과 접촉했으며, 이번 공동조사 성사배경에는 남북 학자들간의 끊임없는 신뢰형성이 큰 뒷받침이 됐다고 소회했다.

(오마이뉴스 / 장윤선 기자 2005-7-15)